어제 오후, 이제는 부부가 된 경복이와 지혜씨를 만나 코리아타운 근처 한국 식당에서 샤브샤브를 먹고 전통 찻집에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이런저런 수다를 떨었다. 재작년에 학회차 캘리포니아에 왔을 때 봤었고, 작년 한국에 결혼식 때문에 왔을 때 본 이후로 세 번째로 보는 것이었다. 둘 다 건강하게, 또 즐겁게 잘 지내는 듯 했다. 요즘 사는 이야기, 한국 사정, 앞날 이야기를 늘어놓다보니 어느새 벌써 로스앤젤레스를 떠날 시간이 다 되었고 비가 추적추적 내리긴 했지만 비행기 이륙 예정 시간에 맞추어 넉넉하게 LA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까지 친히 배웅해준 부부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나는 공항 수속 절차를 밟았다.


미니애폴리스로 가는 비행기는 조금 늦게 출발했고, 도착도 다소 늦었다 (밤 11시 15분이었으나 최종 도착 시간은 밤 11시 30분). 예정된 시간에 도착했다면 미니애폴리스/세인트폴 국제 공항의 2번 터미널을 지나가는 블루라인 경전철을 11시 35분쯤에 바로 타서 미니애폴리스 시내로 갈 수 있었을텐데, 지연 도착 이후 정류장에 가서 시계를 확인해보니 11시 45분, 결국 그 블루라인 열차를 놓치게 되었다. 문제는 그 다음 열차가 1시간 뒤인 새벽 12시 반경에 도착한다는 것. 결국 나는 자리에 앉아 스마트폰을 뒤적거리며 시간을 때우기 시작했다.


무료한 시간이 지나자 예정된 시간에 블루라인 경전철이 도착했고, 잽싸게 열차에 오른 나는 환승역인 US Bank Stadium 에서 내린 뒤 그린라인 경전철로 갈아 탔다. 그리고 내가 사는 집에 가장 가까운 미네소타 대학 캠퍼스 내 경전철 정류장인 East Bank 에 내렸다. 하차할 때 시간은 이미 새벽 1시를 넘어섰다. 미국 도시 내의 이 칠흑같은 어둠 속의 거리를 활보해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순간 걱정이 되긴 했는데, 막상 하차하고 나서 보니 퍽 안심이 되었다. 우선 추수감사절 연휴 기간이었던지라 나와 같이 국제 공항을 출발해서 East Bank 역에 내린 승객들이 더러 있었다. 나 혼자 거리를 걷는 게 아니니까 위험도는 크게 줄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나를 안심하게 만든 것은 추수감사절 연휴이자 토요일 밤이었던 그 시각에 밤새 불야성을 이루며 영업을 하는 학교 근처의 스포츠 바였다. 백여명의 젊은이들이 모여 밤새 술을 마시며 흥겹게 놀고 있는데 도로가 어두컴컴할 리가. 덕분에 걱정을 덜고 귀가할 수 있었다. 새벽 2시가 되어 겨우 잠을 청할 수 있었다.


그렇게 꿈같은 짧은 연휴가 끝나고 일상적인 미니애폴리스 생활이 재개되었다. 아침부터 일어나 교회 중창단 리허설에 참석했고, 감사성찬례를 마친 뒤 Mall of America에 가서 겨울 옷을 몇 벌 샀다. (참고로 블랙 프라이데이 이후에 남은 재고 겨울 옷을 상당히 싸게 팔아서 거의 70% 할인을 받고 원하는 옷들을 살 수 있었다. 패딩을 하나 샀는데 하나 더 살 걸 그랬나? 아닌가 그건 과소비인가.) 이제 다시 요리를 하고, 내일은 학교에 가서 실험을 진행해야지.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