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내가 입수한 제보에 따르면 한국에서 '어싱' 혹은 '맨땅요법'이라는 게 유행이라고 한다. 어싱 관련 사이트의 설명에 따르면 어싱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사람의 몸이 땅과 접촉하여 몸 속의 정전기를 땅으로 빼내고 땅의 에너지를 받는 것을 말합니다. 사람의 피부는 전도체여서 맨발로 땅을 밟으면 땅속의 자유전자(Free electrons)가 체내로 유입되어 몸속에 쌓여있던 나쁜 활성산소를 중화시킵니다. 이것은 생체리듬을 회복시켜서 순환 기계, 호흡기계, 소화기계, 면역계를 비롯한 인체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기능하도록 도와줍니다."

그런데 어싱(earthing) 혹은 그라운딩(grounding)은 우리말로 접지(接地)라고 하며 이것은 단순히 전기 회로나 전기 기기를 도체로 땅에 연결해서 기기와 인체를 노이즈 및 누전으로부터 보호하는 작업을 일컫는 말이다. 저 위에 쓰여있는 말들은 그럴 듯하게 들리지만 하나같이 다 틀린 말들이다.

1. '몸 속의 정전기를 땅으로 빼내고' (X): 대전으로 인해 발생한 전하는 표면에 존재하지 내부에 존재하지 않는다. 기초 전자기학에서도 다루는 내용이지만 대전된 도체에서의 전하는 재빠른 시간 내에 재배치 되어 도체 내부에서 표면으로 옮겨간다.
2. '땅의 에너지를 받는 것'(X): 도대체 땅의 에너지가 무엇인가? 이건 과학적 표현이 아니다.
3. '사람의 피부는 전도체' (X): 사람의 피부는 굉장히 절망적인 부도체이다.
4. '땅속의 자유전자가 체내로 유입되어' (X): 땅속의 자유전자는 인체로 유입될만큼 한가하게 돌아다니는 분들이 아니시다.
5. '몸속에 쌓여있던 나쁜 활성산소' (X): 활성산소에 대한 이야기는 이제 클리셰가 되어 지겹게 느껴질 정도이다.
6. '중화시킵니다.' (X): 활성산소를 중화시킨다는 표현은 비과학적이다. 
7. '생체리듬을 회복' (X): 생체리듬이 대체 무엇인가? 수십년 전에 유행하던 바이오리듬을 믿는 사람이 아직도 존재하나?
8. '인체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기능하도록 도와줍니다' (X): 이런 쓸데없는 짓을 하느라 돈을 쓰는 것보다 맛있는 거 잘 먹고 운동 열심히 하는 게 인체 시스템의 정상적 기능에 훨씬 더 많이 기여할 것이다.

지금 한국에서는 어싱을 통해 건강을 챙겨야 한다고 수백만원을 들여 가전제품을 교체하고 집안 전기배선을 교체하는 웃지 못할 일들이 벌어진다고 하니 주변에서 어싱이니 뭐니 이런 걸 고려한다는 사람들 좀 뜯어 말려주시길.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