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신문 기사를 읽다보면 화학을 아는 과학전문기자가 우리 나라 언론계에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최근 디카페인 커피 캡슐을 샀고, 관련 내용들을 이것저것 인터넷에서 검색하던 도 중 검색망에 걸려 든 한 기사의 일부를 발췌한 것:


"... 현재 디카페인 커피를 생산하는 방식도 이와 비슷하다. 물론 로젤리우스가 이용한 공업용 화학약품인 솔벤트나 메틸렌염화물은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어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 지금은 이염화메탄 또는 에틸아세테이트라는 용매를 사용해 커피의 카페인을 씻어내지만 이염화메탄의 독성이 지적되면서 국내에서는 이산화탄소를 사용해 제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화학을 아는 사람이라면 실소(失笑)를 금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제 더이상 사용하지 않는다는 메틸렌염화물이란 methylene chloride를 직역한 것인데, 이는 화학식 CH2Cl2에 해당하는 분자이다. 그런데 이 분자의 IUPAC 공식 명칭은 dichloromethane(DCM)이고, 이것의 한국어 명칭이 글쎄 기사에서 지금 사용하고 있는 용매라고 소개한 이염화메탄이다. (몇년 전에 개정된 화합물 명명법에 따르면 이염화메테인)


참고로 한국에서는 이염화메테인을 이용한 카페인 추출이 금지되어 있다고 한다. 대안으로서 초임계유체 상태인 이산화탄소를 이용하면 유기 용매를 사용하지 않고도 카페인을 추출해낼 수 있지만, 이 공정이 유기 용매를 활용한 공정보다 비싼지라 비용 문제로 인해 업체들이 매우 꺼린다고 한다. 하지만 이염화메테인은 굉장히 증발이 잘되는, 끓는점이 낮은 (약 39도) 용매니까 대부분이 고온의 커피 로스팅 과정 중에 대기 중으로 날아갈 것 같은데, 굳이 이런 조항을 둬서 디카페인 커피 생산을 막을 필요가 있나 모르겠다.


한편 메틸렌염화물과 이염화메탄과 같은 형태의 오류 혹은 개그는 화학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간혹 회자되곤 한다. 예를 들면 이와 같은 것이다:


"... 문헌에 따르면 산화수소(dihydrogen monoxide, DHMO)라는 물질의 반수치사량(LD50)이 실험쥐 기준으로 90 g/kg 라고 한다. 문제는 이 물질이 도처에 널려 있어서 일상 생활 중에 호흡기, 피부, 및 소화기를 통한 흡수를 도저히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산화수소는 각종 채소와 과일,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다양한 음료수에 다량 포함되어 있으므로 과다 복용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뭐 다들 알다시피 산화수소는 물(water)이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