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장관으로 지명된 포항공대 박성진 교수님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안타깝게도 이번 정권 들어 과학기술계 인사를 두고 말이 많은데, 박성진 교수님의 경우 신선한(?) 주제인 창조과학 논란부터 시작해서 매우 식상한 주제인 위장전입 문제까지 굉장히 다양한 논쟁거리가 혼재되어 있어 이를 바라보는 꼬마 화학자의 입장에서는 한편으로는 흥미롭지만 한편으로는 실망스럽기도 하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대다수의 과학기술계 사람들이 박성진 교수님의 과학관과 역사관을 집중 성토하고 있으며 그가 빨리 자진사퇴하거나 혹은 대통령이 박성진 교수님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박성진 교수님을 둘러싼 가장 오랜 논쟁거리인 창조과학 이야기가 단연 핵심이다.

사실 창조과학(創造科學, creational science)은 잘못된 말이다. 신학적인 입장에서 일컫는 창조론(creationism)과 반증가능성(falsifiability)을 기반으로 한 과학(science)은 양립불가능(兩立不可能, incompatible)하기 때문이다. 창조과학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마치 '전제민주주의(專制民主主義)'라는 ― 예시로 들기 위해 지금 방금 지어낸 ― 낱말을 들을 때와 같은 어색한 느낌을 받는데, 이는 같이 붙여 쓰는 것이 불가능한 반대되는 개념을 억지로 한 낱말에 뒤섞어 놓았기 때문에 그러하다. 창조론은 절대적인 존재인 신(神)의 섭리와 우주적 경륜으로서의 활동으로서 신학적으로 이해되어야 할 분야이지 결단코 과학의 영역에서 증명될 수 있는 주제가 아니다. 따라서 과학으로서 신의 천지창조를 증명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런데 한국창조과학회 웹페이지를 방문하거나 학회 회원들의 강연을 듣다보면 이들이 과학적인 자세로 창조과학을 '연구'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창조과학 강연 중에는 수많은 지질학적, 생물학적 증거들이 사진 자료와 문서 자료로 언급되는데 이들은 창조과학의 여러 주장들 ― 소위 격변설이나 진화 부정 ― 을 뒷받침하는 근거로서 제시된다. 실제로 박성진 교수님은 청문회장에서 창조과학을 존중하며 과학적 방법론으로 입증된 부분에 대해서는 당연히 인정해야 한다고 답변했는데 이는 창조과학도 과학적인 접근을 통해 연구되고 있는만큼 진화론을 위시한 기존 과학과 동등한 위치에서 평가받고 존중받아야 한다는 그의 입장을 나타낸다. 그러나 이는 굉장히 잘못된, 그리고 위험한 생각이다. 창조과학을 신봉하는 사람들은 창조과학이 마치 20세기 초 뉴턴 역학의 모순을 하나둘씩 발견하고 이를 합리적으로 재설명하면서 성장해나가던 초기 양자 역학과 비슷한 단계, 곧 새로운 패러다임(paradigm)의 초기 단계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결코 아니다. 왜냐하면 창조과학은 과학이 아닌 유사과학(類似科學)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유는 아주 간단한데, 앞에서도 언급한 칼 포퍼(Karl Popper)의 반증가능성이 철저하게 금지되어 있는 이상 창조과학은 과학으로 불릴 자격이 없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창조과학의 세계에서는 어떠한 현상 혹은 발견이 창조론을 부정하는 반증으로서 고려될 수 있는 가능성이 완전히 무시된다. 신이 창조했다는 것을 보여줄 만한 소수의 현상 혹은 고찰만을 반복적으로 논하는 그들은 정작 신이 창조했을리가 없다는 것을 보여줄 수도 있는 압도적 다수의 현상 혹은 그에 따른 고찰을 논의의 장으로 끌여들어오길 완강히 거부한다. 아니, 더 나아가 그 창조의 근원이 되시는 신의 존재 자체에 대한 의문 자체가 불허(不許)되어 있는데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이것은 올바른 과학적 탐구 자세가 아니다. 올바른 과학적 방식으로 탐구하지 않으니 이것은 과학이 아니며 곧 과학인 척 하는 사이비과학인 것이다. 어찌 사이비과학에 과학적 방법론이 유효하겠으며 그런 방법론을 통해 얻어낸 결과를 고찰하고 결론을 내는 것이 유의미하겠는가? 따라서 창조과학은 과학으로 존중받을 만한 것이 아니며 창조과학을 믿는 사람들이 입증했다고 주장하는 것들은 모두 신빙성이 없는 것으로 폄하되어야 마땅하다.


내가 더욱 경악한 부분은 박성진 교수님이 소위 '젊은 지구설'을 신앙적으로 믿는다는 것이었는데 이 설에 따르면 지구의 나이가 6,000년 정도 된다. 이는 과학적인 탐구를 통해 추정되는 45억년과는 아득하게 다른 수치이며 온갖 고고학적, 천체물리학적 증거로는 도저히 설명 불가능한 허풍에 불과하다. 과학하는 사람 치고 이 사실을 모르거나 혹은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박성진 교수님은 교회의 가르침에서는 지구의 나이가 그렇다고 설명하면서 신앙적으로는 이 젊은 지구설을 받아들인다고 답변한 바 있다. 그런데 이것은 박성진 교수님이 굉장히 보수적인 개신교계의 가르침을 그대로 따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왜냐하면 이 6,000년은 성경을 곧이곧대로 해석하여 창세기(創世記)의 연대를 역추적해서 나오는 시간이며 이는 성경에 적힌 내용은 정확무오하다고 믿는 성서무오설(聖書無誤說)을 근거로 한 계산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천지가 꼭 6일만에 창조되었다고 믿으며 므두셀라가 꼭 969세를 향수(享壽)하고 죽었다는 것을 믿는다.


사실 대한민국의 개신교계가 대체로 보수적이긴 하지만 실제로 성서의 내용을 일점일획 다 지켜 진리로 믿는 사람은 드물다. 어느 누구도 발굽의 개수를 따라 먹을 짐승과 먹지 않을 짐승을 구별하지 않으며, 머리를 가리는 덮개를 쓰고 예배를 드리는 여성 개신교인은 없다. 그리고 대부분의 개신교인들도 창세기에서 말하는 창조 기사를 곧이 곧대로 믿지 않는다. 다시 말하자면, 젊은 지구설을 믿는다는 박성진 교수님의 신앙은 굉장히 보수적이다 못해 고루한 극단적인 근본주의(fundamentalism)인 것이다. 근본주의 이슬람이 전체 이슬람을 욕먹이듯 근본주의 개신교 신앙이야말로 건전한 기독교 신앙에 먹칠을 하는 독과 같은 것인데, 한 나라의 장관으로 지명된다는 사람이 이런 해악스러운 사상을 신봉하고 있다는 것이 굉장히 떨떠름할 뿐이다.


이 갈등은 어느 시점에서 적절하게 봉합될 것이라고 믿는다. 여야가 한목소리로 부적격 입장을 내보였고, 비단 창조과학 뿐 아니라 여러 가지 면에서 파열음이 있었던바 박성진 교수님의 임명은 강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 않겠는가. 부디 정부가 현명한 선택을 내리고 거기에 더해 통렬한 반성이 뒤따르길 기대해 본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