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정당 지지율이나 다가오는 총선(總選) 이슈와 관련된 뉴스를 볼때면 의아스러운 게 '어째서 새누리당의 지지율이 이토록 공고하고 불변한 것인가' 이다. 흔히 사람들은 수구 보수세력에 해당하는 5~60대 이상 ― 뭐 그렇게 치면 우리 아버지도 그 세력에 포함되는 것이긴 하지만... ― 이 아무런 비판적 사고 없이, 심지어 대통령이 나라를 팔아먹을지라도 현재의 집권 여당에게 표를 던지기 때문에 새누리당의 집권이 영원무궁할 수밖에 없다는 볼멘소리를 내뱉곤 한다. 하지만 단순히 그 중년 및 노인들이 비이성적이고 무개념적인 수준 이하의 정치 사고력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치부하기에는 그들의 응집력과 신뢰의 힘이 만만치 않다. 그리고 그것은 웬만한 동의와 지지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하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이 나라를 '헬조선'으로 만드는 위정자(爲政者)들에게 어떻게 찬성의 박수를 자발적으로 보낼 수 있단 말인가? 내가 가만히 생각해보니 지금 그 나이대 분들은 현 정부의 과오(過誤)나 실책(失策)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데 큰 핵심 포인트가 있었다.


예를 들면, 우리들에게 노인 복지는 별다른 주요 고려 대상이 아닌 것처럼, 그분들에게 청년 실업 문제는 저 먼 세대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나이가 나이인만큼 수평적이고 혁신적인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기 보다는 자신들의 안위와 권위를 담보할 수 있는 수직적이고 전통적인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이 자신들에게는 유리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전쟁과 남북 군사적 충돌에 대해 깊은 원한을 가졌을 법한 세대의 사람들, 혹은 반공을 국시로 삼는 정권 하에서 뼛속깊이 세뇌를 받으며 살았던 사람들의 경우 북한 관련 이슈는 무조건 한 방향으로 자화(磁化)되어 있다.


이러니 현 정부가 청년들과 젊은 세대들에게 불리한 사회 환경을 조성하는 우(愚)를 범하더라도, 갑질과 착취가 더욱 쉽게 일어날 수 있게 하는 치명적인 입법 실책을 저지르더라도, 안보라는 미명 하에 언로(言路)를 차단하는 중대한 과오를 저지르더라도 상관 없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문제가 없다. 오히려 이런 일들에 반발하는 우리에게 잘못을 따진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청년들에게는 '너희들은 왜 굳은 결의를 보이지도 못하면서 나약하게 징징대는 것이냐. 우리 떄는 이보다 더 힘든 환경에서도 하면된다는 정신으로 버텨냈다.' 노동자들에게는 '기업이 살아야 수출이 잘 되고 나라가 부강해지는 것이다. 노동자들의 과도한 권리 투쟁은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 그리고 당연히 기업가들은 우대 받아야 한다.' 자유 언론에게는 그저 한마디 '빨갱이.'


하지만 절대로 이것은 그 사람들이 악해서가 아니다. 단지 그 사람들은 그러한 사회적 환경 속에서 그렇게 배웠고 그런 것이 최고의 가치라고 늘 여겨왔기 때문이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아버지와 어머니와 함께 얘기를 하면서도 늘 느끼는 것이지만 어른 세대와 우리 세대는 사상 면에서 단절되어있다. 또한 세상이 너무 급박하게 변해서 양자간 교류가 심지어 불가능한 정도이다. 이러니 어른 세대는 새누리당의 행보에 반기(反旗)를 드는 젊은 세대가 못마땅한 것이다. 곧 세대 갈등의 시작이다.


최근에 4.13 총선 공보물을 받았다. 짧은 탄식을 내뱉은 것이, 새누리당의 선거 공보물이 다른 당의 것들보다 훨씬 더 세련된 디자인이었고, 더욱이 그 공보물이 담고 있는 정책이 더 효과적으로 전달되는 것이었다.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들이 이런 센스조차 가지고 있다는 것이 ― 물론 돈, 그리고 그로 인한 인재 풀(pool)의 덕이겠지만 ― 한편으로는 대단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참 소름돋게 싫기도 하다. 그래서 우스갯소리로 요즘 청년들이 바라는 것은 '새누리당이 정신 차려서 일 잘 하는 것'이라고 자조적으로 말하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한다. 도무지 버틸 수가 없다!


우리 나라는 점점 일본을 닮아가고 있다. 어른들은 그것이 선진국으로 가는 당연한 흐름이라고들 얘기하지만, 일본과 같은 내수 시장과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이 부재(不在)한 대한민국이 만일 일본의 정치, 경제, 사회를 닮게 된다면 그것으 파탄이자 망국(亡國)이다.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의 출구를 찾아야 하고, 그것은 일본이 걸어간 길과는 달라야 한다. 그런데 벌써 경제는 일본을 닮아 긴 침체기에 들어갔고, 정치 역시 (수구적인) 거대 여당과 군소 야당들이 난립하는 것이 일본을 꼭 빼닮았다. 우리는 일본과 같은 초고령 사회를 눈앞에 두고 있으며, 그 와중에 사토리 세대를 닮은 한국의 청년들은 고시방에 박혀 공시족이 되어 그 속에서 청년의 패기, 젊은이들만이 현실화할 수 있는 혁신은 교살(絞殺)당했다. 게다가 우리는 자라나는 어린이들의 미래 꿈이 임대업자라는 이런 불우한 세상 속에 살고 있다. 어찌 보면 일본보다 더 심각하다.


근본적으로 살펴보면, 이것은 새누리당의 문제가 아니다. 그들은 하나하나 살펴보면 정말 유능한 사람들이요 엘리트들이며 한 나라를 이끌어나갈 만한 재목들이다.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어르신들의 문제도 아니다. 그분들은 그래도 그 힘든 지경에 처한 대한민국을 이렇게 번듯하게 세우신 분들이다. 그분들은 나라 망치는 것을 반길 사람들이 아니다. 그렇다고 우리 젊은이들의 문제도 아니다. 우리 젊은 세대는 반만년동안 한반도에서 살고 간 몇억명의 사람들보다 월등히 수준 높은 교육을 아무렇지 않게 받았고, 뛰어난 여건 속에서 훌륭한 기술과 재능을 마음껏 펼치고 살고 있다. 이 사람들이 우리 이전 세대보다 뒤떨어진다는 생각은 결코 해 본적이 없다. 그렇다면 이것은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문제는 많아 보이는데 무엇부터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르겠다. 바로 여기서 의견이 갈린다. 젊은 세대는 어떻게서는 이 산적해 보이는 문제를 밑에서 끄집어 내어 해결해야 한다고 말한다. 어르신 세대는 사회의 불안과 전복을 두려워하며 덮어둔 채로 가만 놓아두는 것이 더 낫다고 타이르고 있다. 오히려 그러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문제라고 공격하는 양상이다.


두서 없이 써놓고 나니 역시 답이 없구만. 요즘은 그냥 경제적으로 부유해지는 것만이 모두에게 최선인가 하는 천(賤)한 생각이 들곤 한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