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지난주는 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논문을 투고한 것 빼고는 별다른 일을 하지 못했다. 월요일은 아파서 비공식적(?)인 duvet day를 썼고, 화요일은 여전히 컨디션이 좋지 않아 헤롱헤롱거렸으며, 그나마 수요일에는 일했으나 목요일부터 크리스마스 연휴라서 사실상 일을 손에서 놓았다. 그렇게 4일간을 편히 쉬며 놀며 지냈는데, 벌써 월요일을 목전에 두다니. 내일부터 학교에 다시 가서 일을 해야 한다. 일이 손에 잡힐 리가 있나! 정말 한탄이 절로 나온다. 독일에서 교환 학생으로 왔던 박사과정생 Katta의 이별 파티가 있어서 잠깐 만나서 자리를 함께 했는데, 거기 모였던 사람들도 나와 같은 심정이었다. 세상에 기나긴 연휴 끝에 월요일이라니 이거 너무 잔인하지 않나요!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2015년의 마지막을 앞두고 요즘 신나게 재미있게 읽는 책이 있으니 바로 루터교 신학자 폴 틸리히(Paul Tillich)가 쓴 'A History of Christian Thought'라는 책이다. 한국에서 이미 '기독교 사상사'라는 이름으로 번역본이 나왔다고 하는데 지금은 영어 원본을 읽고 있다. 교회의 박상용 보나벤투라 선생님이 추천하여 읽고 있는데, 그분 표현에 따르면 그 책을 아주 씹어먹어야 한다고 하셨다. 500쪽이 넘는 꽤 두꺼운 책인데 지금 속도대로라면 1월 내에는 다 읽을 것 같다. 서론부터 나를 확 잡아끄는 문장들이 있었는데 읽다보니 참 재미있다. 후스토 곤살레스(Justo Gonzalez)의 'A History of Christianity'는 교회 역사 자체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켜주는 데 큰 도움을 주었지만, 지금 읽는 책은 교리와 사상에 대해 좀 더 깊이 알게 되는 계기가 될 것 같다. 다행히 교리사와 교회사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 때문에, 교회사 책을 먼저 읽었더니 교리사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이름이나 주장이 낯설지 않아서 참 좋다.


아무튼 이렇게 꾸역꾸역 더 일하다 보면 신년 연휴가 또 찾아오겠지. 참 잔인한, 그러나 새로운 전환점을 주었던 2015년이었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