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 기사를 읽다가 매우 놀라운 소식을 bbc를 통해 접했다. 바로 미국 연방 대법원이 지금까지는 주(州)별로 개별적으로 판단하던 동성 결혼 관련된 이슈에 대한 연방 차원에서의 합헌 결정을 내린 것이다. 총 9명의 위원 중 5명이 찬성, 4명이 반대로 아슬아슬하게 합헌이 결정된 것을 생각해보면 그 자유롭고 개인의 인권이 보장된다고 '막연하게 믿어졌던' 나라에서조차 이러한 결정이 매우 조심스러운 것이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 준다. 아직 법적으로 완전히 보장된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미국 역시 동성 결혼을 국가 차원에서 인정하는 나라가 되었다. 대법원의 역사적인 동성 결혼 합헌 판결은 즉각 미국의 수많은 기업들과 유명 인사들의 찬반 양론 표출을 이끌어내었다. 물론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 결정이 당연한 것이라고 반기는 분위기이지만 보수적인 미국인들, 특히 남부 지역의 공화당 지지자들은 이 결정에 대해 극렬히 혐오하는 분위기이다.


이러한 결정은 내일 서울 광장에서 퀴어 퍼레이드를 개최하는 국내 동성애자 인권운동가들과 이들의 목소리에 반대하는 보수적 기독교 단체들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생각된다. 전자는 크게 환호할 것이고, 후자는 한국 기독교의 원류이자 워너비(wannabe)였던 미국에서 이러한 결정이 나온 것에 대해 크게 당황해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결정의 원흉을 현재 미국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와 자유주의자들에게 돌리고 자신들의 세(勢)를 결집하는데 사용할 수 있겠지만 어쨌거나 미국 대법원의 합헌 결정은 태평양 건너 한국에 사는 어떤 사람들에게 치명타를 안겨 준 것임에 분명하다.


광장 사용을 둘러싼 기독교 단체들의 반대 성명과 행동들, 그리고 과거 퀴어 퍼레이드에서 퍼레이드 참가자들이 보인 '사회적으로는 다소 용인되기 어려운' 복장이나 행동들로 인해 한국의 LGBT 프라이드 퍼레이드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그 어느때보다도 높아진 이 시점에 하필이면 오늘 있었던 대법원의 결정 떄문에 내일 서울 광장에서 있을 퍼레이드는 한국 역사상 가장 규모가 크면서 가장 큰 논란을 불러 일으킬 퍼레이드로 기록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해본다. 찬성하는 동성애자 인권 운동가들이나 반대하는 기독교 운동가들이나 어느 한 사람이라도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다치지 않고 하루가 잘 지나갔으면 좋겠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조건 없는 사랑으로 우리 모두를 은총 안에 거하게 하지 않으셨는가. 부디 주님의 평화와 자비가 서울 광장에 모인 모든 이들과 함께 하기를.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