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사실 지금까지 동생의 남자친구의 존재에 대해 매우 무관심했다. 내가 그를 깊이 알아야 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고, 서로 사귀든 헤어지든 결혼하든 심지어 이혼하든 그것은 둘의 문제이지 내가 개입할 필요는 전혀 없다고 생각했다. 동생의 오빠로서 궁금한 점은 조금 있을지라도 그것이 동생과 그 사이의 관계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지양해야한다고 하는 것이 내 입장이었다.


그런데 요즘 동생과 남자친구에 관한 이야기들이 활발하게 오가게 되었고, 우리 아버지는 내가 그 친구를 좀 알아봐주길 바라신다. 그런데 알아봐 달라는 내용들이 하나같이 '내가 관심없어 하는 부분들'이라는 것에서 조금 불만이다. 아버지들은 원래 이럴 수밖에 없는 것인가 싶어서 적잖이 놀라기도 했다. 그런데 어쩌겠나. 우리는 그 분의 자녀들이요, 결국 부모의 뜻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는 (이 비정상적인) 대한민국의 결혼시장을 바라보면 따를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나는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별로 없지만) 결혼은 우리 가족의 일, 집안의 일이라는 인식이 빨리 걷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내 매제이기 전에 그녀의 남편이다. 나는 그와 입맞출 일이 전혀 없지만 내 동생과는 항상 부둥켜 안고 온갖 일들을 헤쳐나가야 할 그녀만의 오직 단 한 사람이다. 그리고 그 사람을 알아볼 줄 아는 사람은 가족이 아니라 당사자 자신이다. 설사 섣부른 판단으로 제대로 알아보는 것에 실패했다손 치더라도 그 책임을 가족이 져야 할 이유는 없으며, 그리고 그걸 미리 알고 가족이 구제해 줄 수 있었던 것도 아니지 않은가.


가족에 대해 무책임하다고 비난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이 일에 껴드는 게 과연 가족 구성원에 대한 책임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가족의 앞길을 일찌감치 막아서고 자기 원하는 대로 조종하는 것보다는 구성원 하나가 실패하고 상처받았을 때 일어설 수 있도록 힘을 북돋아주는 것이 가족된 자로서의 책임에 더 가까운 일 아니겠는가.


사실 이건 비단 동생만의 문제가 아니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