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일은 우리 교회 설립 60주년을 기념하는 찬양제를 하는 날이다. 이를 위해 요즘 교회 각 부서 및 기관은 찬양 준비에 여념이 없다. 내가 속한 기관들도 예외가 아니라서 2부 예배 성가대인 참아름 성가대, 남성 중창단인 임마누엘 중창단, 그리고 청년부는 1, 2부 연합해서 연습을 진행하고 있다. 거기에 하나 더해 참아름 성가대는 참사랑 성가대와 연합해서 또 2곡을 진행한다. 그리하여 내가 11월에 불러야 할 합창곡은 총 7곡이다.


마침 오늘은 행사 당일 전에 있는 마지막 주일인지라 모든 기관들이 작정하고 연습 일정을 잡아놓았다. 아침 8시부터 시작된 참아름 성가대의 2부 예배 준비는 찬양제 준비로 이어졌고, 청년부 연합 찬양대는 아예 각 부서별로 있는 2부 순서를 취소한 채 모든 청년들을 소집하여 연습을 2시간여 진행하였다. 무대에 서서 위치를 확인하고 입장과 퇴장을 연습하고나니 이제는 연합 찬양대 순서, 1시간 동안 진행되고 나서 이제 끝나나 싶더니 아차, 중창단 연습이 남았다. 중창단 연습은 1시간 반동안 진행되었는데 모든 순서가 끝나고나니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오후 7시가 되었다.


너무 지친 몸이 되어서 연습 중간에는 졸음이 무척 쏟아져 몹시 힘들었다. 돌아오는 길에 비를 맞으며 드는 생각이 '내가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하지만 이번 찬양제를 생각하면서 이것이 내가 신일교회에서 드리는 마지막 봉사라고 생각하고 나를 필요로 하는 모든 기관을 섬기기로 결심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오늘 하루만 이랬지 언제나 늘 이렇게 강행군이었던 적도 없었다. 격주로 서로 다른 연습에 참여하면서 적절히 체력을 분배했는데, 오늘만큼은 좀 특별한 날이었기 때문에 피할 수 없었던 것일 뿐이다. 그러니 내가 불평할 것은 없다. 집에 돌아와 주린 배를 움켜쥐고 샤워를 하면서 그렇게 마음을 다독이며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재미있는 것이 남성 중창단에서는 내가 소프라노 파트이고, 청년부 연합 찬양대에서는 테너 파트이며, 참아름 및 연합 성가대에서는 베이스 파트라는 점이다. 내 음역이 어중간하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아무튼 필요한 곳에서 다양하게 쓰일 수 있으니 그것 하나만큼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나는 내 목소리에 대한 자부심이 없기 때문에 '목소리 바꿔 줄까?' 라고 누가 제안하면 서슴치 않고 '네!' 라고 답할 수 있는 사람인데... 이런 목소리도 이렇게 쓰일 때가 있다니 참 놀라울 따름이다. 어찌보면 고등학생 때 아카펠라 찬양 동아리에서 중창 및 합창을 열심히 연습한 덕분에 목소리가 그런 쪽으로 익숙해져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아무튼 주말이 이렇게 합창 연습으로만 가득 채워진 것 같다. 그래, 기왕 시작한거 멋지게 잘 마무리해야지. 그래도 화성을 맞추면서 노래하다보면 한편으로는 즐겁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