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장비 예약 웹 애플리케이션을 만들면서 자신감이 붙었기에, 이번에는 스프레드시트 기반의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고 있던 연구실 내 시약 관리를 책임질 웹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고 있다. ChatGPT를 활용해서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위한 프롬프트 작성을 가다듬고 있었는데, 이놈의 답변 중에 아주 인상적인 말이 있었다:


좋습니다. 이제 이 웹 애플리케이션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상당히 명확해졌습니다. 무엇보다도 "사용자가 최대한 아무 생각 없이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설계 철학이라는 점이 느껴집니다. 연구실 시스템은 기능이 많기보다 입력 부담을 최소화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성공의 핵심이니까요.


사실 지금까지 온갖 공유 프로그램, 관리 서비스 등이 나왔지만 항상 사용 확장 실패로 이어진 가장 큰 이유는 '사람들이 귀찮아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 연구원의 협업 툴인 Dooray!가 처음 나왔을 때 나는 환호작약하며 어떻게든 쓰려고 갖은 노력을 들였는데, 대부분의 연구원들 반응은 심드렁하기 짝이 없었고, '기존 것도 충분히 잘 쓰고 있었는데, 뭘 귀찮게 또 새로운 걸 하냐.'는 것이 대체적인 반응이었다. 처음 접하는 인터페이스나 사용법이 익숙하지 않아 오히려 혼란스럽다는 볼멘소리도 많았다.


그 와중에도 나는 주변 연구원들로 하여금 꾸역꾸역 어떻게든 Dooray!를 쓰게끔 회유 혹은 강제했다. 그러다가 이번에 바이브 코딩을 통해서 장비 예약을 신청하고 수정하고 취소하는 웹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게 된 결정적인 요인은


1. 연구원 밖에서도 쉽게 로그인할 수 있고

2. 모바일로 쉽게 사용할 수 있고

3. 손가락으로 하나의 정보를 입력하면, 뒤이어 다음 정보를 입력하라고 친절하게 cascade 형식으로 '물어봐 주는'


시스템을 일반 사람들이 원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걸 명징하게 ChatGPT가 요약해 놓았다 ㅡ 최대한 아무 생각 없이 사용하기.


신나게 웹 애플리케이션을 만들면서 우리가 고등학교 수학 I 시간에 배웠던 순서도 및 알고리즘이 얼마나 중요한 내용이었는지를 다시 한 번 깨닫는다. 비록 직접 활용은 실패로 돌아가긴 했으나 C++이나 JAVA 문법서를 읽어놓은 게 이렇게나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다. 그리고 ChatGPT의 말을 반드시 기억해야겠다. 기술의 발전 지향점은 '최대한 아무 생각 없이 사용'하는 것임을. 하지만 세상이 그렇더라도 나는 '최대한 생각하며 사용'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다짐해 본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