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그야말로 경제적인 동물(Homo Economicus)인지라 인센티브가 아니고서는 쉽게 행동을 고치지 않는다. 지금 당장은 5·18 관련 논란으로 인해 스타벅스의 매출이 감소하는 등 위태로워 보이기는 하지만, 이것이 오랫동안 지속되리라고 보지는 않는다. 우리는 이와 같은 정치나 이념의 영역에서 출발한 불매운동이 초반에는 크게 위력을 발휘하는 듯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동력을 잃는 것을 많이 봐 왔다. 가장 가까운 예가 바로 반일(反日) 불매운동의 대상 중 하나였던 유니클로였다. 지금 유니클로의 매장을 가 보면 그런 불매운동이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대성황이다.


스타벅스의 판촉 행사에 문제가 없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분명히 구체적인 의도를 가지고 이런 일이 발생했으리라고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것은 분명히 어떤 이들에게는 극한 분노를 자아낼 만한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이었음이 명백하다. 하지만 ㅡ 어떤 이들에게는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실이겠지만 ㅡ 그런 사건이 대중으로 하여금 스타벅스를 완전히 외면할 결정적인 권능을 가지지는 못한다. 스타벅스의 원두에 건강상 치명적인 문제를 야기하는 성분이 광범위하게 있었다든지, 스타벅스에서 책정한 가격이 터무니없이 높다든지 그렇다면 모를까. 결국 스타벅스 커피를 구매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큰 손해가 된다는 것이 실증되지 않고서는 이 불매운동이 영원히 이어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니 불매운동이 일어났다고 해서, 그리고 불매운동이 사그라든다고 해서 어느 쪽이든 분개해 하거나 개탄해 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이미 이런 일들을 많이 목도해 왔다. 불매운동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도 이해하고, 또 이것이 영속되지 않으리라는 것도 이해하면 그만이다.


다만, 이 논란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뻔했다. 지금까지 불매운동의 원인은 주로 외국 브랜드나 소비자/노동자의 처우 문제와 관련되어 있었다. 2002년의 솔트레이크 시티 동계올림픽에 맞춰 일어났던 미국 제품 불매운동이라든지, 2019년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에 따른 반발로 일어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은 전자의 경우이며, 옥시(Oxy) 가습기 살균제 피해로 인한 전국적인 불매운동이나 기업의 갑질로 인해 큰 사회 문제가 일어난 남양유업의 경우가 후자의 대표적인 예이다. 전자는 최소한 국제 관계의 변화(9·11 테러 이후 경직하게 변한 미국의 모습, 한국을 경계하는 일본의 모습)를 반영한 결과이고, 후자는 잘못된 기업 행태를 고발한다는 점에서 나름 의의가 있다. 하지만 지금 스타벅스를 둘러싼 불매운동은 윤석열 정부 이후 우리 사회가 앓고 있는 극단화된 정치 분열로부터 파생한 논란에 불과하다. 이런 류의 논쟁은 대한민국 사회의 환부(患部)만 보여줄 뿐이지 개선에는 아무런 기여도 하지 못할 정치적인 논쟁이다. 심지어 그게 한낱(!) 커피에 옮겨 붙었다. 그 아무것도 아닌, 곱게 간 커피콩에 물 타서 내려 마시는 커피에 무슨 정치가 있단 말인가? 만나서 수다나 떨고 이동 중에 업무나 잠깐 볼 수 있는 일상적인 공간이 격렬한 사회적 논쟁에 휘말리게 된 것은, 마치 아이들이 뛰노는 아파트 놀이터가 머리에 띠를 동여 맨 어머니들의 시위 현장으로 전락한 것 같은 비극이다.


과거 공중파 방송사들도 일간베스트라는 커뮤니티에서 다량 생산한 온갖 이미지를 잘못 써서 곤욕을 치른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한때 몇몇 편의점에서는 집게 손가락 때문에 논란이 되었던 광고물 때문에 논란에 중심에 서기도 했다. 스타벅스에서는 누가 작정을 하고 한국 사회를 소란하게 만들 메시지를 이벤트에 심어 놓았다. 냉정하게 따져보면, 방송사가 잘못한 것도 아니고, 편의점주가 잘못한 것도 아니고, 커피가 잘못한 것도 아니다. 잘못한 사람과 사회적 문제의 원인은 따로 있는 마당에 무슨 대단한 열사 납셨다는 양 텀블러를 훼손하며 불매를 장려하거나, 무슨 자유의 수호자인 양 대놓고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는 인증샷을 내건다는 게 참으로 우스운 일이다.


사회에 일말의 긍정적인 점을 보태준다면, 기꺼이 스타벅스 커피를 안 마시거나 혹은 열심히 마시겠다. 하지만 이 논란에 참여함으로써 기대되는 사회적 이익이 단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바, 그냥 평소대로 하면 되겠다는 것이 내 결론이다. 선거를 앞둔 5월이라 그런가, 이젠 별 일을 다 보겠다. 커피는 진보도, 보수도 아니다. 커피 따위는 그저 커피일 뿐.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