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 수요일에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개최되는 심포지엄에 참석할 예정이라서, 출국 전에 잠깐 그간 공부했던 러시아어 교본 (뿌쉬낀하우스의 러시아로 가는 길 1, 2, 3)을 들춰보는데 새삼 내가 성실한 학생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업무 후 한 두 시간씩 그 책이랑 씨름하던 시절이 어언 몇 달, 몇 년이었던가.


러시아로가는 길 1권을 다시 보는데도 며칠이 걸렸다. 아니 책이 왜 그리 두껍단 말인가? 2권은 사실상 형용사 및 관계사의 격변화에 집중된 책인지라 1권이 익숙해지면 2권을 리뷰하는 데에는 큰 어려움을 없을 거라 생각하는데, 사실 3권의 압박이 심하다. 형동사와 더불어 온갖 중급 문법이 쏟아지는데 책에 더 이상 한국어 설명이 없어서 더 난감했던 기억이 있다. 아무튼 아무도 가르쳐 주는 이 없이 독학했던 ㅡ 이후에 뿌쉬낀하우스에서 온라인 강의를 들을 수 있어 그나마 나았지만 ㅡ 시절이 생각나 뭔가 가슴 한 켠이 뭉클해지면서도, '그렇게 시간을 들였어도 할 줄 아는 게 별로 없다'는 사실에 살짝 기분이 상하기는 했다. 코로나 시기로 별다른 일을 할 수도 없었을 때 줌으로 개별 과외도 받아보고 열심히 노력했었는데, 그때 한창 물올랐을 때 실력이면 토르플 기초 정도는 딸 수 있지 않았을까 조금 아쉬운 마음도 든다.


그래도 쓸데없는 유튜브 영상 시청에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보다는 외국어 공부하는 게 더 나았으리라. 이번에 알마티에 가면 오랜만에 러시아어 한 두 문장 정도는 유창하게 해봐야겠다. 사실 알마티에 이번에 가면 비록 11년만이기는 하지만 세 번째 가는 것이다. 맛있었던 리뾰슈까와 꼐피르를 함께 아침으로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