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천문학부의 BK 사업단이 개최하는 워크샵에 학부생 자격으로 참석하게 되는 기회를 잡았다. 이번 워크샵은 물리천문학부의 각 실험실에서 그간의 연구내용을 소개하는 장으로, 20개 이상의 실험실이 15분씩 프리젠테이션을 하였다. 장소는 강원도 평창에 있는 휘닉스 파크.

처음으로 이러한 대학원생 대상의 워크샵에 참석하게 되었다. 애석하게도 화학부가 아닌 물리천문학부의 워크샵이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실험실에서 소개하는 내용들이 너무 생소했다. 그럼에도 이 워크샵 참석이 의의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첫째, 물리학부에서 진행되는 연구가 어떤지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는 것. 둘째, 짧은 시간이지만 선배님들, 교수님들로부터 여러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는 것. 셋째, 스키를 타면서 실험실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는 것이다.

사실 2박3일 내내 피곤하긴 했다. 어떤 프리젠테이션 때에는 내내 졸기 일쑤였고, 부끄럽게도 마지막날 세션은 아예 참석조차 하지 못했다. 사실 화학부 실험실 소개나 연구내용 소개할 때보다 훨씬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은 부인(不認)할 수 없다. 작년부터 천문학과와 물리학부가 통합되었는데 천문학전공에서 이야기하는 내용은 도무지 알아듣기 힘들었다. 우스갯소리로 하는 'time scale의 격차'가 여기서도 여실히 드러났으니 마이크로, 나노를 다루는 사람들이 '137억년, 3천 파섹'이란 소리를 들을 때에는 여기저기서 탄식(?)의 소리가 들려왔다.

화학연구와 물리연구는 조금 달랐다. 뭐라고 표현하기에는 내 지식과 표현력이 달리기에 안타까울 뿐이지만, 아무튼 다르다. 내 생각에는 이런 걸 좀 느껴 보라고 나를 이 장소에 보내주신 것 같다. 다음달 초에 화학부 연구실 설명회가 여전히 있겠지? 그 때는 지난해보다 더 주의깊게 살펴 보아야겠다. 화학부 실험실도 한 번 들어가봐야 하지 않겠는가 :) 사실 2박3일 내내 이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아무리 물리학이 내 또다른 전공이라고는 하지만 마음의 고향은 아무래도 화학일 수 밖에 없다. 대학원 선택도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기에 화학부 실험실도 한 번 경험해야 하는데 이것 참, 워낙 다양해서 고르기가 힘들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3월 초에 설명회를 듣고 단번에 정해버리자! 이런 것이었다.

박영우 교수님 실험실에 있은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고분자화학과 고체물리학을 정말 제대로 습득해야겠다는 그런 기분이 들었다. 확실한 것은, 화학을 기반으로 했을 때의 물리연구는 더욱 강력해지고 또 물리를 기반으로 했을 때의 화학연구는 더욱 강력해진다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비록 결코 여유롭지 않았던 나의 복수전공 인생이었지만 후회하지 않을, 오히려 고마워 해야 할 선택이었다는 것을 새삼 다시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부족한 학부생인데도 관심을 가져주시고 많이 도움을 주시는 교수님과 실험실 형, 누나들에게 너무 감사할 따름이다.

다시 반복될 실험실 생활. 9시까지 랩 미팅에 필사적으로 나가야 하고 이후로는 계속 실험, 논문 읽기, 개인 공부, 노닥거리기(?)이다. 하지만 이 또한 분명 자양분이 될 중요한 경험일 것이라 그렇게 믿는다.

아참. 스키 실력이 늘었다. 이제 중상급에 도전해야지 :)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