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나는 군산의료원의 8층 격리병실에 있다. 맞은편 병상에 있는 학생은 학부생 졸업반인데, 이번 노량진 학원 집단감염으로 인해 확진 판정을 받은 전북 지역 거주 학생 중 한명이다.


확진자와 동선이 겹치니 검사대상이라고, 근처에 있는 보건소에서 검사를 받으라는 연락을 받은 게 19일 오후 4:58. 그 확진자와 동선이 겹친다는 장소는 오랜만에 서울에서 본 친구 성림이와 함께 있었던 장소였다. 어쩐지 사람이 예상 외로 많고 다소 폐쇄적인 것으로 보였던 그 장소 ㅡ 나와 성림이는 서로 쌔하다는 문자를 주고받았고, 나는 그길고 바로 퇴근하여 익산시보건소에 갔다. 익산시 보건소의 선별진료소는 당일까지 내린 비 이후 엄습한 추운 날씨기운으로 무척 싸늘했다. 나는 인적사항을 남기고, 체온을 측정한 뒤 (36.3도) 검체 채취를 위한 장소를 안내받았다. 이윽고 검사하시는 분이 내 입안을 한 번 쓱, 그리고 콧속을 깊이 후벼파셨다. 그리고 집으로 귀가. 별다른 증상이라곤 없었고 다만 화요일에 골프를 너무 열심히 쳤나, 왼쪽 날갯죽지가 아프고 거기서 목이 땡겨 두통이 느껴지는 느낌 정도를 받았다. 나는 오랜만에 집에 일찍 와서는 라면을 끓여먹었고, 내과와 비뇨기과에서 처방받은 간장약과 전립선 염증 관련 항생제를 먹고 침대에서 뒹굴대며 기사를 읽다가 유튜브를 보다가 이내 10시 반쯤에 쏟아지난 잠을 참을 수 없어 잠을 자고 말았다. 꿈은 참 달콤했다.


그러나 현실은 무척 썼다. 나도 모르게 잠에서 깼는데 전화가 오고 있었다. 아뿔싸, 부재중 전화가 7건이 왔구나. 이 불길한 예감. 여보세요? 네, 김성수씨죠? 그리고 결과는 지금 내가 받아들인대로 양성. 그리고 그 이후의 파장은 어마어마했다. 우선 감염자 접촉이 일어난 토요일 새벽에서부터 목요일까지 만났던 모든 이들에 대한 연락이 시작되었고, 내가 방문했던 지자체의 보건소에서 동선을 묻는 전화가 끊임없이 쏟아졌다. 전화 하나가 끝나면 다른 전화가, 익산에사 전화가 왔다가 이젠 전주에서, 종로구보건소이서 연락이 왔더니 이제는 연구원 행정팀에서 전화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KIST 전북분원은 엄습한 이 재난에 대처하기 위해 일단 전직원 및 학생의 출입을 금하였고, 오후 1시 반에 이들에 대한 코로나19 전수검사를 실시했다.


아무튼 나는 1차적인 상세한 동선을 모두 전당해드린 뒤, 9시 반에 집으로 급파된 119 구급차를 타고 군산시 소재 군산의료원으로 이동했다. 경황이 없어서 그간 먹고 있던 약과 모든 속옷, 치약과 칫솔, 전자기기들을 챙겨가지고 나왔다. 온몸을 방역을 위한 도구로 무장하신 분 두 분이 나를 맞아주셨고, 나는 몸과 짐을 모두 차에 싣고 군산의료원으로 향했다.


8층 격리병실. 실내는 포근했다. 하지만 핸드폰은 여전히 울려댔다. 가까스로 핸드폰이 안정을 찾은 사이, 혈압을 재고, 채혈을 하고, 산소포화도를 측정했다. 이윽고 격리식 점심이 나왔다. 친구들, 연구원 관계자분들, 보건소 관계자분들 사이에서 전화와 카톡이 계속 오갔다. 어느새 CT를 촬영할 시간이 되었다. 기다리고 기다려서 겨우 촬영. 돌아와서 격리식 저녁을 먹고 또 연락. 그러다가 혈압과 체온, 산소포화도를 재고 보고. 그리고 잘 준비 중.


이렇게 열흘 정도를 이곳에서 보내야 한다. 생각보다 어색하지도 않고 어렵지도 않지만, 엄습할 증상의 공포가 이따금씩 고개를 쳐든다. 아직 심각한 열감은 없고 단지 목이 붓는듯한, 그래서 침을 삼키면 좀 아픈 것 같은 증상이 느껴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고 있다. 주말 중에 증상이 고조에 다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며 주변 다른이들의 검사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중이다.


그렇다. 어쨌든 나는 코로나 양성 확진자가 되었고, 많은 이들에게 전염시켰을 가능성이 높은 환자 중 하나이다. 삶에 이런 경험도 있다니, 하느님도 무얼 내게 일깨워주시려고 이런 시련을 주셨을꼬? 아무튼 이런 사단이 나리라고 매체에서 그렇게 떠들어댔음에도 결국 이 상황을 불러들인 건 결국 내 개인 방역이 완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누구를 탓하랴? 그저 주변에 미안하고 고맙고 죄송한 마음으로 이 시기를 견뎌내고 도와야겠다. 하느님, 우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