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검색에 따르면 전라북도 완주군에서 서울특별시까지의 거리는 188 km 정도 된다고 한다. 시속 80 km의 속도로 달리면 대략 2시간 20분 안에는 펀도 주파가 가능하다는 얘기인데, 지금까지의 버스 탑승 경험에 비춰보면 틀린 말이 아니었다. 서울과 전북분원 KIST를 로 오갈 때 지금까지 (시간순서별로) 나는 여러 방식을 이용해봤다.


1. 익산고속버스터미널 (금호고속) / 17,500원


서울의 고속버스터미널(센트럴)에서 처음 완주로 내려갔을 때 내린 정류소. 그야말로 인터넷 용어를 '병크'에 해당하는 일이었다. 입사 전에 한번 내려가서 기숙사 입주를 미리 진행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아무것도 잘 모른채 이 버스를 탔는데 이날의 바보같은 경험이 큰 도움이 되었다. 고속버스모바일 앱으로 구매한 표를 스캔한 뒤 부푼 마음을 품고 천안논산고속도로를 신나게 달리던 나. 중간에 정안휴게소에서 정차해서 쉬는데 기사님이 이 버스는 더이상 익산의 왕궁농공단지에서 하차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시기에 화들짝 놀랐다. KIST 전북분원에서는 분명 왕궁정류소에서 하차해서 택시를 타라고 되어 있는데... 그 다음 중간정류소인 팔봉동에서는 택시를 잡기 어려울 거라는 기사님의 말씀에 그냥 익산고속버스터미널까지 향했다.


물론 고속버스터미널에는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기사님들이 많았으므로 어려움 없이 택시를 타고 KIST까지 갈 수 있었다. 그러나 익산고속버스터미널의 위치는 익산시에서도 조금 더 들어간 남서쪽에 위치했으므로 완주군에서능 더 멀어진 것이었다. 결국 택시비로 25,300원 나와 배보다 배꼽이 큰 게 되어 버렸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지방에서는 이와같은 터미널이나 대형 정류소 근처가 아니라면 콜택시를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며 이 경우 기본요금이 아주 조금 올라가더라도 큰 문제는 아니었기에 만일 중간에 정차했던 팔봉동 정류소에서 콜택시를 불러 KIST에 도착했다면 택시비는 약 7,000원 정도 더 적게 나왔을 것이다.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익산고속버스터미사라지는 대략 2시간 50분, 그리고 택시로 KIST 전북분원까지 가는데 약 30분 정도 걸렸다.


그러나 후술할 정류소들의 존재로 인해 다시는 이 터미널을 이용할 일은 없었다고 한다...


2. 익산왕궁시외버스정류소 (호남/전북고속) / 12,400원


그래서 다음에는 익산왕궁시외버스정류소(이하 익산왕궁)에 하차하는 시외버스를 타기로 했다. 먼저 KIST 정문에서 콜택시를 불러 익산왕궁으로 향했는데 택시비는 11,430원 정도가 나왔다.


익산왕궁 근처에는 물류단지 및 식품클러스터, 그리고 각종 농업기계 공장이 들어서 있다. 이 한가운데 정류소가 덩그러니 있는데 화장실과 무인매표기, 그리고 자리를 지키시는 관리인 아저씨 한 분만이 홀로 계신다. 목이 말라서 근처 매점이라도 없나 여쭤보니 읍내로 15분은 나가야 한다 하셔서 포기.


익산왕궁에서 서울남부터미널을 오가는 버스는 굉장히 자주 있는 편이며, 무인발매기를 통해 카드를 긋고 좌석이 할당된 표를 살 수 있다는 것은 참 좋았다. 그런데 이 버스는 삼례에서 익산을 거쳐 서울로 가는 버스로 익산왕궁이 고속도로 진입전 마지막 중간정류소라서 사실상 좌석 배정의 이미가 없었고, 비어있는 자리 아무곳에나 가서 앉으면 되는 듯 했다. 익산왕궁에서 서울 남부터미널까지는 2시간 반 정도 소요되었다.


3. 익산역 (KTX) / 30,100원


그렇다면, 철도교통은 어떠한가? 우선 집이 있는 안양에서 익산까지 가는 데 가장 빠른 것은 역시나 KTX 였다. 안양에서 고속철도 광명역까지 버스를 타고 갈 수 있고, 거기서 KTX를 타면 익산역까지 정확히 54분만에 도착한다. (만일 기차가 오송역을 내리지 않고 천안아산에서 바로 내려가는 것이었다면 40분만에 주파할 수도 있었을 것 같다. 구매 직전에 대한민국 지도에 그려진 KTX 노선도를 보니 이게 왜 이렇게 기형적으로 휘어졌나 의문이 들었다.)


문제는 익산역에서 택시를 타고 KIST를 갈 때의 얘기이다. 익산역과 익산고속버스터미널은 굉장히 비슷한 위치에 있다. 그래서 여기에서 탄 택시는 앞에서 언급한 1번 경우에서 탔던 택시의 노선(고속버스터미널 - 팔봉동 - 왕궁리 - 둔산리 - KIST; 무왕로에서 봉동로로 진입하는 노선)과는 다른 노선(익산역 - 삼례읍 - 봉동읍 - KIST; 삼봉로에서 봉동로로 진입하는 노선)을 택했음에도 불구하고 택시비는 똑같이 25,300원.


들인 돈이 비싼만큼 이동 시간을 굉장히 아낄 수 있었다. 안양 집을 나선 게 오전 6시 정도였고 KIST에 도착한 것이 8시 20분이었다. 2번 버스의 경우 안양집에서 서울에 있는 버스터미널까지 가는데 보통 1시간 10분을 잡고, 거기서 익산왕궁까지 내려오는데 2시간 반, 그리고 KIST까지 가는데 약 15분 정도 소요된다. 게다가 미리 정류소나 역에 가서 대기하는 시간을 고려하면, 고속철도 이용시 원인은 2배가 들지만 시간은 절반으로 단축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급한 경우에는 이것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4. 완주봉동시외버스정류소 (전북/호남고속) / 12,500원


완주군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읍인 봉동읍에는 서울고속버스터미널(센트럴)과 연결된 시외버스정류소가 있다. 봉동읍은 KIST에서 가깝기 때문에 택시비가 5,100원 정도밖에 나오지 않으므로 이곳에 정차한다면 교통비를 확실히 줄일 수 있게 된다는 것은 누구나가 이해할 만한 사실. 그러나 단점이 있으니, 하루에 두편밖에 없다는 것이다.(서울발은 10:10, 15:10; 봉동발은 11:15, 3:15) 따라서 시간을 잘 맞추지 못하면 봉동시외버스터미널을 이용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 소요시간은 약 2시간 20분.


참고로 봉동시외버스정류소는 중간정류소이고 종점은 옆동네인 진안군인 것 같다. 버스에 동승한 외국인들이 굉장히 많았다.


5. 둔산공원시외버스정류소 (전북/호남고속) / 11,400원


고속버스 이용의 최종 보스. 옆 사무실에서 근무하시는 박사님의 조언대로 KIST 정문에서 둔산리 둔산파출소 건너편에 있는 시외버스정류소로 콜택시를 불러 갔는데 택시는 아예 미터기를 켜지도 않고 정액 6,000원을 받았다 ㅡ 만일 콜이 아니라 둔산공원에서 그냥 택시를 타고 갔으면 5,000원도 안 나왔을 듯했다. 택시 타고 시외버스정류소로 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10분도 채 안 걸렸다.


소요시간은 4번의 경우와 비슷한 2시간 20분 정도이다. 기점이 고속버스터미널이 아니라 남부터미널이므로 11-3 버스를 타기 위해 내려야 할 양재역으로부터 굉장히 가까운 편이다. 뭐 그래봐야 고속버스터미널과는 두 역 차이이긴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이 버스는 오전에서 이른 오후까지밖에 2시간 간격으로 운행한다는 점. 늦은 저녁에는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이 결정적으로 아쉬운 점이다.


6. 결론


현재로서는 운행 횟수가 훨씬 많은 2번을 주로 활용하되 시간이 잘 맞으면 5번을 가끔 이용하는 순이 되겠다. 그런데 작용이 있으면 2번만 이용할 가능성이 무지 높다. 왜냐하면 익산왕궁정류소가 다른 완주군 내의 시외버스정류소보다야 멀긴 하지만, 주차 문제가 완벽하게 해결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익산왕궁에 있는 주차장에서는 따로 주차요금을 징수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러니 차를 몰고 익산왕궁에 가서 차를 댄 뒤 버스를 타고 서울에 갔다가, 일을 마치고 서울에서 익산왕궁으로 돌아온 뒤 차를 몰고 다시 KIST로 가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단돈 25,000원에 기름값 조금 보태서 서울~완주를 주파할 수 있고 덤으로 2시간 가량 편하게 앉아 밀린 업무를 중 간단한 일들을 마치거나 모자란 잠을 청할 수 있는 ㅡ 졸음운전 가능성을 예방하는 ㅡ 효과도 누릴 수 있으니 일석이조.


다행히 완주에서 살면 생활비가 적게 들어 주말마다 서울에 왔다갔다 하는 것이 큰 재정적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동시간도 사실 따자고 보면 그리 기겁할 만큼도 아니다. 따라서 사람들이 우려하는 것만큼 그리 힘든 삶을 경영해야하는 것도 아닌 것이다.


결론은 어찌됐든 버스 타면 괜찮다는 것! 그리고 빨리 차가 있으면 좋겠다는 것 :)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