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도 로마 가톨릭 교회나 동방 정교회처럼 성 주간(Holy Week)의 주요한 요일들에 예배를 드리며 그 날의 의미를 되새기는데, 성 주간이 처음 시작되는 일요일인 종려주일(Palm Sunday; 혹은 성지주일이라고도 한다.), 그 주간의 목요일인 성 목요일(Maundy Thursday; 성체제정일이기도 하다.), 성 금요일(Good Friday; 주님수난일이다.), 성 토요일(Holy Thursday), 그리고 성 주간의 마지막 일요일인 부활절(Easter)에 각각 예식이 있다. 특히 목요일부터 토요일까지를 묶어서 성삼일(聖三日, Three Holy days)이라고 하는데 작년에는 안양교회에서 성삼일 전례를 드렸고, 올해는 이곳 미니애폴리스 게쎄마니 교회에서 성삼일 전례를 드리고 있다.


오늘 저녁에는 저녁 기도 ― 만도(晩禱)라고도 한다. ― 가 있었는데, 이 예식은 부활초와 신자들이 든 작은 초에 불을 붙이고 exultet이라고 하는 부활절 선언(Easter Proclamation)으로 시작되었다. 이어 저녁 기도시간에 반드시 읽혀야 하는 창세기 및 탈출기(=출애굽기), 그리고 이사야서 성경 구절이 낭독되었고, 사제가 앞으로 나와 알렐루야 선언을 함으로써 예수가 사망 권세를 이기고 다시 살았음이 비로소 선포되었다. 참석자 수가 많지 않았는지라 모든 신자들은 모두 제단 쪽으로 나와 식탁 근처에 모여 성찬의 전례를 진행했으며 모두 기쁨으로 빵과 포도주를 받았다. 오늘 예식의 후주(後奏)은 르망(Lemmens)의 팡파레(Fanfare)였는데, 부활의 기쁨이 한껏 느껴지는 연주였다.


이번 부활절은 4월 16일인데 굉장히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미국에서 맞이하는 첫 부활절이라는 것, 종교적인 측면에서는 동방 교회의 부활절과 서방 교회의 부활절이 일치하는 굉장히 드문 부활절이라는 것, 그리고 사회적인 측면에서는 이날이 바로 청해진 해운 세월호 침몰 사건이 일어난 날이라는 것. 어느 것 하나 소홀히 생각할 수 없는 굉장히 중요한 점들이다.


기독교인들이 일요일에 예배를 드리는 것은 바로 일요일에 부활한 예수를 기리기 위한 것이었다. 단적인 예로 러시아어로 일요일은 'Воскресенье'인데, 이는 부활(Воскресение)에서 온 말이다. 즉, 일요일은 '부활하신 날'인 셈이며 우리는 매주일마다 예배할 때 예수님의 부활을 기리는 것이다. 하지만 매주일 반복적으로 예배를 드리다보면 그 부활의 참의미가 차츰 희석되어가고 부활절이 가까운 이 시점이 되어서야 다시한 번 그의 다시 살아남을 되새기게 된다. 글쎄, 모든 것이 어지럽고 생명력을 잃어가는 것같은 느낌이 드는 요즘 이 시기에 과연 예수의 부활은 우리에게 무슨 의미를 던져주는 것일지 가만히 묵상해 볼 때이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