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에 다른 방 박사후연구원인 ― 지금은 칠레 산티아고 대학의 교수로 부임한 ― Leonardo로부터 믹서기를 선물받았다. 처음에는 '믹서기가 있어봐야 뭐 해 먹을 수 있는 게 많으려나...' 싶었는데 이게 생각보다 굉장히 유용했다.


가장 처음 믹서기를 사용했던 때는 지난달 초 김치 담글 때 생강이랑 마늘, 무 등을 곱게 갈아서 양념을 만들 때였다. 곱게 갈려서 덩어리 진 것도 없었고, 양념을 배추에 바를 때 큰 어려움이 없었다. 요즘은 우유에 바나나와 블루베리를 한껏 넣고 믹서기로 뒤섞어 음료를 만들어 아침마다 마신다. 사실 바쁜 하루 중에 우유, 바나나, 블루베리를 각각 따로 챙겨먹기가 쉽지 않은데 믹서기로 한데 갈아서 통째로 마시니 훌륭한 아침 보조 식사가 되면서 동시에 영양도 챙기고, 맛도 챙길 수 있어서 참 좋다. 아참, 채소를 갈아서 즙을 만들 때에도 유용하다. 양배추가 그렇게 위(胃)에 좋다고 해서 갈아서 먹을까 하는데 워낙 맛이 없다고들 해서 뭘 섞어 먹는 게 나을까 고민 중이다. 바나나와 블루베리를 섞어볼까, 아니면 뭐 다른 좋은 재료가 있으려나. 인터넷을 돌아다니면서 정보를 수집 중이다.


다른 얘기인데, 스페인어로 믹서기를 'licuador'라고 한다는 것을 선물받을 때 처음 알았다. 직역하자면 '액화기(液化機)' 정도인데, 이는 동사 licuar에서 파생된 단어이다. 굉장히 재미있는 점은 영어의 경우 기계의 작동 방식, 즉 칼날이 회전하면서 통 안의 재료를 모두 뒤섞는다는 것에 착안하여 이 기기를 블렌더(blender)라고 하는데, 스페인어에서는 기계의 작동으로 인한 재료의 형태 변화, 즉 고체로 되어 있는 음식을 곱게 갈아 걸쭉한 액체로 만든다는 것에 착안하여 리쿠아도르(licuador)라고 부른다는 점이다.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사고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좋은 예의 하나인 것 같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