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치 코트를 입을 만한 계절이 돌아오고 있어 오랜만에 코트를 드레스룸에서 꺼냈더니, 아뿔싸, 옷이 어디에 걸렸는지 잠깐 옷이 멈춰섰다가 움직이더니 그 찰나에 단추가 그만 바닥으로 뚝 하고 떨어지고 말았다. 단추가 떨어진 자리에는 '그대여, 가지 마오'라고 울부짖는 듯한 형상으로 단추를 꿸 때 쓰인 실들이 허공을 향해 손짓을 하고 있었는데 그것을 바라보노라면 침울하기 그지 없었다.


그대로 가만 놔둬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오는 길에 편의점에서 반짇고리를 하나 샀다. 말이 거창하게 반짇고리지, 12 색상의 실과 바늘 세 개가 끝. 트렌치 코트의 단추를 꿰는 실은 갈색이었는데 같은 색상의 실이 바로 거기에 있어서 별로 고민하지 않고 그것을 골랐다. 가격은 $3~4 정도 했던 것 같다. 아무튼 집에 들어오자마자 실을 적당한 길이로 자르고 끝부분에 침을 묻힌 뒤 바늘 구멍 사이로 통과시키고 ― 아직 내 시력이 죽지 않았다! ― 바늘을 실의 중앙에 위치시키고 실을 포갠 뒤 양 끝이 만나는 지점에 매듭을 능수능란하게 지었다.


트렌치 코트의 단추는 네 개의 단춧구멍이 있는 전형적인 단추였다. 이런 단추는 단추 아래에 실기둥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초등학교 4학년 실과 수업 교과서에서 배운 적이 있었다. 바늘과 실은 접영(蝶泳)을 하듯이 옷감과 단추 사이를 주기적으로 왔다갔다 하였고, 그 결과 실은 정사각형 꼭지점 위치에 있는 단춧구멍을 X자 형태로 오가며 단추를 붙들고 있었다. 세 번 정도 X자를 그린 뒤 단추 아래에서 실을 빙빙 돌려 실기둥을 만들고 난 뒤 옷감을 한 번 통과하고나서 매듭을 지었다. 단추 꿰기 완성! 단추를 꿰는 방법을 수업 시간에 배운 것은 내가 11살 때였는데, 실전에서 활용한 것은 무려 20년이 지난 2017년 3월의 어느날이었다.


이전까지는 단추가 떨어지면 바로 어머니에게 옷을 들이밀었다. 아, 물론 머쓱하고 민망하다는 표정을 짓는 것은 잊지 않고. 물론 어머니의 솜씨에 비하자면 내 바느질 솜씨는 아주 망극할 수준이지만 그럼에도 스스로 단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굉장히 뿌듯했다. 반짇고리를 어쨌든 장만하게 되었으니 나중에 천 하나를 길게 끊어 와서 거실에 설치한 의자를 덮는 보를 하나 만들어야겠다. 시침질이랑 홈질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 박음질까지 해야 하면 좀 귀찮을 것 같지만 말이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