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가을이 지나가려나보다. 날씨가 이렇게 추워지다니. 물론 겨울날씨에 성큼 가까워졌다고 하기엔 수은주는 여전히 영상이지만 날씨가 발이 달려 빨리 달음질하고 있는 건지 날씨가 급변하고 있다. 오늘 점심을 좀 많이 먹은 것도 있고 해서 느지막한 시간에 두레미담으로 갔는데 가는 도중에 내 곁을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모두 추운지 잔뜩 몸을 움츠린 채 옷으로 최대한 몸을 덮으려고 애를 쓰며 걸어가고 있었다. 게중에는 역시나 '아 XX XX 추워!' 욕을 하며 달려나가는 어린 학생도 있었고, 나는 추위에 달관했다는 듯 무심하게 걸어가는 중년의 신사분도 있었다.


오늘 오랜만에 모직 자켓을 꺼내 입었는데 이러다가는 이번 가을에는 두어번 더 입고 끝날 것 같다. 트렌치 코트도 많이 못 입었는데 가을날은 이렇게 흘러가나 문득 불안해지기까지 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1년 365일 중 기상학적 가을은 고작 해 봐야 오십일 남짓 정도 된다고 한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가을의 시작 시기는 자꾸 미뤄졌다지만, 아무리 기상학적으로 11월 말이 가을이라고 해도 나는 그 때부터 내복 착용을 심각하고 있을 테다. 그렇게 되면 체감하는 가을의 길이는 더 짧아지게 되는 것이다. 이건 무척 슬픈 일이다.


그러니 얼마 안 남은 시간동안 최대한 다양하게 옷을 입어야겠다. 그리고 이번 가을에는 따로 옷을 사지 말고 돈을 모아둬야겠다. 차라리 겨울옷을 하나 더 사서 '항상 똑같은 옷을 입고다니는 겨울'을 이번에는 좀 회피해야겠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