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은 '사실(事實, fact)'을 중시하는 사람들로서, 엄격한 방식으로 관찰된 사실들로부터 또다른 사실을 검증하는 일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이다. 비록 반복적으로 관찰되어 '이론(理論, theory)'라는 이름으로서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사실들이 있기는 하지만 통상적으로 과학자들은 그것이 진실이라고 주장하기를 다소 꺼려하는데, 왜냐하면 역사상 수많은 이론들이 한 세상을 휘어잡았다가도 패러다임의 전환 시기에 처참하게 공격당하는 것들을 보아왔고 배워왔기 때문이다. '진실(眞實, truth)'이라는 단어가 함의한 보편불변성의 무게가 엄청나게 무겁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과학자들은 함부로 진실을 단정짓거나 부르짖지 않는다.


요즘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성관련 비위 문제 등으로 유난히 진실을 둘러싼 공방이 끊이지 않는다. 그런데 까놓고 말해서 누가 진실을 참되게 원하는가? 자신이 믿는 것을 진실이라고 여기며 그것이 실토될 때까지 무언가를 몰아붙이는 것은 진실을 갈구하는 사람의 태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각 진영에서는 그토록 진실을 논하며 상대방을 공격해왔다. 진실이 상대방을 겁박하기 위한 도구로 쓰인다니 이처럼 진실되지 못한 행위가 또 어디에 있단 말인가? 게다가 그들이 그토록 원하는 진실은 헤게모니를 잡은 세력에 의해 쉽게 뒤집히고 있는데, 그렇다면 서로 배치되는 이전의 명제와 지금의 명제는 진실성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인가? 


그러니 아이러니하게도 이들 싸움에는 애초에 진실이란 게 없다. 진리를 보여준 예수 그리스도에게 '그건 우리가 원한 진리가 아니다!'며 침뱉고 십자가에 못박은 유대인들과 다를 바 없는 이들에게 과연 진실이 무슨 소용일까? 이들에게 필요한 건 과학자적 자세이다 ㅡ 주변에 널린 사실들로부터 새로운 사실을 도출해내고 거기에 대한 전적인 동의를 얻는 것. 최종 목적은 이 지리한 공방을 멈추게 하는 것. 예수 그리스도는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라고 하셨지만 일단 내 생각에는 이렇다: 일단 진실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


딴은, 세상에 진실이 어딨겠느냐? 과학자의 입장에서 세상의 진실은 열역학적 법칙 외엔 없고, 교인의 입장에서 진실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역밖엔 없느니. 서로가 무슨 진실과 정의의 사도인양 구는 모습이 참으로 우스울 뿐이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