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첫 주일부터 주기도문이 다시 또 바뀌었다. 2013년에 예장 통합의 새 번역 주기도문을 사용하기로 결정한 총회의 결정이 번복되면서 2014년부터는 개역개정판의 주기도문을 사용하게 되었다. 지난 1년간 익숙해졌던 사람들에겐 조금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수십년간 이전 개역한글 버전의 주기도문을 사용해 왔으니, 새 번역 주기도문을 새로 외우는 것보다 개역개정판의 주기도문을 다시 고쳐 외우는 게 훨씬 더 편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역개정판의 주기도문은 개역한글의 주기도문의 어법을 현대적으로 다듬은 정도에 불과하다.)


우리가 그리스인들이었다면 이런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아니, 우리가 그리스와 가까운 문화권이었다든지 지리적으로 가까웠다면 이런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번역된 다른 언어의 주기도문을 한 번 더 번역하여 사용해왔던 역사를 가지고 있는지라 ㅡ 그리고 그게 한 100여년 가까이 되었다. ㅡ 그리스어에서 직접 번역을 해서 원문의 뜻을 잘 밝히는 번역을 한다고 해도 우리 입에 익숙하지 않을 뿐더러 자칫 반발을 살 수도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개역개정판 성경에 쓰여있는 주기도문을 바치는 것이 가장 문제점이 적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물론 번역이 얼마나 원 의미를 잘 나타내느냐 하는 것에서 여러 이견이 있을 것 같지만, 적어도 교회에서 개역개정판 성경을 쓰기로 결정했다면, 기도문 역시 그 성경에 쓰여 있는 대로 해야 옳을 것이다. 그 기원이 성경이 아닌 역사와 전통 속에서 정립된 신조라면 번역은 다양할 수 있지만, 성경에 그대로 적혀 있는 주님의 기도는 그 번역되어 있는 성경 그대로 쓰는 것이 가장 문제가 덜 하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예장 통합의 새 번역 역시 몇 가지 문제점이 지적된 바 있다. 이도 저도 완벽한 번역이 아니라면 일단 가장 보수적으로 가는 것이 정도(正道)에서 덜 벗어나는 안전한 접근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한다. 다만 이러한 주기도문 변경에 대해 교회가 나서 상세히 잘 설명해서 교인들이 어리둥절해 하지 않도록 하는 배려를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아래는 올해부터 쓰기로 결의한 개역개정판 주기도문이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
나라가 임하옵시며
뜻이 하늘에서 이룬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옵고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 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 주시옵고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시옵고
다만 악에서 구하옵소서.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아버지께 영원히 있사옵나이다. 아멘.)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