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개인적으로 윈도 8이 좋다. 디자인도 깔끔하고, 안정적이며, 모바일 스타일로 넘어가는 어떤 과도기적인 변화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기존 운영 체제에서는 사용할 수 없었던 다양한 기능들과 앱을 사용할 수 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프로그램을 실행시킬 때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우리는 항상 윈도에서 어떤 프로그램을 실행하려면 '시작' 버튼을 눌러서 '모든 프로그램'으로 들어간 뒤 A 라는 메뉴 위에 커서를 올리고, 그러면 하위 메뉴가 떠서 거기서 실행 파일을 클릭했다. 이렇게 하향식(top-down) 방식으로 찾고 찾고 찾아나가는 방식은 사실 예전 도스에서도 있었다. C:\ 에서 A 디렉토리로 들어가기 위해 cd C:\A 와 같은 명령어들을 입력하고 마지막에 실행 파일 exe 나 bat 파일 이름을 쳐 넣어서 프로그램을 실행시켰던 것이다. 그런데 요즘 윈도 8을 쓰면서 Windows key + R 버튼, 곧 '실행' 버튼을 자주 이용하게 되었다. 물론 예전 운영체제에서도 실행 메뉴는 있었고 가끔 썼지만, 무슨 레지스트리나 IP 확인, 명령어 입력 등등 제한적인 상황에서만 드물게 사용하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압도적으로 많이 쓴다.

 

윈도 8 앱이야 시작 화면의 메트로 UI에서 타일을 선택해서 사용할 수 있지만, 일부 프로그램 ㅡ 대표적으로 MS 오피스 프로그램 ㅡ 들은 굳이 메트로 UI 타일로 그 프로그램들을 바탕 화면 아이콘처럼 시작 화면에 끌어들어와야 클릭해서 데스크탑 모드로 실행할 수 있다. 그런데 이건 시작 화면을 좀 지저분하게 만들기도 하고, 어차피 데스크탑 모드에서 실행할 프로그램을 굳이 메트로 시작 화면에 끄집어와서 실행할 필요도 없지 않은가. 그런데 생각보다 이 프로그램을 실행시키는 방식이 간단하다. Windows + R 키를 누른 뒤 뜬 실행 창에 winword, excel, powerpnt, winaccess 라고 치면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액세스가 실행된다. 이걸 다 외워야 하기 때문에 어렵지 않냐고? 생각보다 안 어렵다. 익숙해지니 오히려 이게 더 빠르고 간결하더라는 증언이다.

 

요즘 계산기와 메모장은 아예 실행 창에서 calc, notepad라고 써서 실행시키는 게 더 익숙해져 버렸다. 사람들은 결국 자기가 쉽다고 여기는 방식을 옹호하며 고수하려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이런 변화에 대해 막연히 불편할 것이라고, 직관적이지 않다고 비난할 수도 있지만, 생각보다 이 방법은 훨씬 간편하고 더 직관적이다. 아니 백번 양보하자면, 바탕 화면에 바로 가기 아이콘을 끄집어 와서 더블 클릭하는 것과 저 프로그램 파일명을 입력해서 실행시키는 것과 편리성과 시간 측면에서 결코 차이가 나지 않는다.

 

윈도 7을 쓰는 사람들도 꼭 Windows + R 키를 자주 이용해본다면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바로 공감하게 될 것이다. 난 이 방식이 익숙해질 것 같다는 감을 갖자마자 상태 표시줄의 고정 프로그램들을 모두 삭제했으며, 바탕화면도 아무 아이콘을 남기지 않았다.

 

그런데 이거 애플 유저들이 보통 이러지 않나?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