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함께 원래 2박3일 제주도 여행을 계획했는데 불가피한 사정으로 전격적으로 취소되고 나서 대체 여행으로서 급 계획된 1박2일 강릉여행. 개인적으로 강릉은 예전에 아세모 모임 뒤에 처음 가 보는 것으로 2번째 방문이었다. 처음에 차 렌트나 우리 집 차를 가져가는 것을 알아봤지만 안양에서 광명까지 버스를 타고 오가기로 하고 18일 오전부터 만나 함께 일정을 논의했다.

KTX 광명역에서 강릉으로 가는 고속버스가 운행 중이었고 15,000원을 내고 이용할 수 있었다. 주말이기도 해서 조금 막히긴 했지만 예상보다 그리 늦지 않은 시간에 강릉 버스터미널에 도착할 수 있었다. 계획과는 달리 우리는 강릉에서 차를 렌트하기로 했고, 직장인 덕분에 할인된 가격으로 차를 이용할 수 있었다.

첫날엔 '세계 최초 모자 화폐도안 탄생지'라는 다소 장난스러운 타이틀을 자랑하는 오죽헌에 갔다. 두번째로 가는 것이었는데, 예전보다 더 가꿔진 듯했고, 교육장소로 잘 활용되는 듯 보였다. 구 오천원권 화폐에 정조가 이이를 찬양하는 싯구를 새겨 내린 벼루가 등장한다는 것을 이날 처음 알았다.

우리는 주문진으로 향했다. 주문진의 수산시장은 수산물을 사고 먹으려는 손님으로 바글바글했고, 우리도 여기서 생선구이를 먹고 광어와 밀치 회를 떠서 숙소로 가져갔다. 말로만 들었던 주문진에 처음 와 봤는데 다소 추웠던 걸 빼면 즐거운 구경이었다. 특히 어민들이 잡아서 내어 놓은 수많은 물고기, 문어 등등 안양에서는 보기 힘들었을 광경이었다.

이튿날은 늦게 일어나서 방을 잘 정리한 뒤 숙소 근처의 경포대해수욕장으로 향했다. 맑은 하늘과 푸른 겨울 바다가 어우러져 아름다운 모습으로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해풍은 혹독하리만치 추웠지만 탁 트인 광경을 보니 기분이 한결 상쾌해졌다. 요란스런 파도 앞에서 소리도 쳐 보고, 1년 후에 전송된다는 느린 엽서도 썼다.

그 다음 행선지는 참소리박물관. 에디슨의 3대 발명에 해당하는 전구, 축음기, 영사기의 수천 개 수집픔이 즐비한 이 박물관은 축음기 및 에디슨 관련 소장품의 양과 가치로는 세계 최고라고 한다. 실제로 세계에 몇대밖에 없는 물건들이 꽤 많았고, 척 봐도 진귀해 보이는 물건들이 참 많았다. 가이드의 설명과 함께 빛, 소리, 영상의 과거부터 현재까지 죽 훑어볼 수 있었는데, 축음기의 원리와 작동에 대해 궁금했던 점들을 해소하고 과거 서구권에서 이러한 것들을 발전시켜나가고 있었다는 게 무척 놀라웠다. 가이드의 축음기 재생 시연이 이어질 때마다 탄성을 지를 수 밖에 없었다. 꼭 과거 영상을 보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테라로사 커피공장을 가려고 했으나 네비게이션의 오류로 인해 방문에 실패하고 아쉬운대로 강릉 시내에 있는 테라로사 카페에 가서 드립 커피 한잔을 마셨다. 렌트카를 반납하고 나서는 강릉 버스터미널에서 오랜만에 친구들과 함께 스타크래프트를 즐기는 여유도 부렸다.

20대의 끝자락에서 친구들과 왁자지껄 정말 재미있게 놀았다. 부루마블과 섯다를 연이어 하는데 시간이 흘러흘러 새벽 4시가 되도록 그렇게 미친듯이 놀았다. 앞으로 직장을 가지고 개인의 삶들에 모두 바빠지겠지만, 그리고 나도 이제 박사 졸업을 하고나서는 상황이 바뀌겠지만 이런 기회들이 완전히 끊어지지 않고 가끔씩 있어주어서 날 재충전시켜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