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래전부터 이 정책에 적극적으로 찬성했다. 요즘 도로명 주소로 모든 주소를 변경해야 하는 문제 때문에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고 하며 이로 인해 시민들의 정부 정책에 대한 불만이 크다고 하는데 여기에 몇 가지를 지적하고 싶다.

 

먼저, 대한민국 도로명 주소법은 2014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고 그렇게도 수차례 수년전부터 홍보되었다. 그동안 지번 주소 체계만 쓰다가 단순히 '새로 바뀌는 정책이 내게 익숙하지 않으니까' 거부하고 반발하는 행태는 지양해야 할 자세이다. 이미 관공서나 유명 포털 사이트 가입 시 도로명 주소를 입력할 수 있도록 해 놓았고, 또 관련된 홍보물이나 안내표지판 등이 길거리에 수없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ㅡ 심지어 길거리만 돌아다녀도 도로명 표지판이 사방에 널려있음에도! ㅡ 전혀 신경 안 쓰다가 고지한대로 2014년부터 강제적 성격을 띠자 반발의 목소리를 후다닥 내는 것은 '정책에 무감각한 시민의 징징거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지번 주소 체계보다 도로명 주소가 전산에도 편하고 웹에서 DB로 사용하기 훨씬 더 편하다는 것도 당연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사항일 것이다. 불필요한 '구'도 빠지고 알 수 없는 그 번지수는 그야말로 '잘못 찾은 번지수'나 다름없다.

 

지번 주소보다 도로명 주소가 더 좋게 느껴지는 가장 큰 이유는 길찾기가 쉽다는 것이다. 요즘 모르는 주소를 찾아갈 때 네비게이션이나 구글 지도 등을 탐색해서 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혹자는 지번 주소가 아닌 도로명 주소로 인해 그 건물이 어느 행정구역에 위치하는 지 모호해지는 불편함이 있다고는 하지만 이는 궤변에 불과하다.

 

예를 들어 내가 강원고등학교라는 곳에 가야 하는 일이 생겼다. 강원고등학교의 지번주소는 '강원도 춘천시 동면 장학리 산 36 번지'이다. 한편 도로명 주소는 '강원도 춘천시 동면 장학길 24'이다. 감이 안 오는가? 어차피 나는 춘천에 동면이 어디에 붙어있는지, 또 장학리는 어딜 말하는지, 강원고등학교가 산에 있다는데 36 번지는 어디인지 알 길이 없다. 물론 마찬가지로 동면에 장학길이 어드메 있다는 것도 잘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첫 번째, 네비게이션과 지도 앱에서 검색하기에는 후자가 훨씬 편하다. 그리고 두 번째, 장학리와 그 문제의 '산'이 어디에 있는지 표지석이나 표지판이 전혀 없지만 적어도 '장학로' 표지판은 있으니 그걸 좇아서 가다보면 결국 나올 수 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서울대학교 주소를 살펴보면, 과거 지번 주소는 '서울특별시 관악구 대학동 산 56-1' 이었고, 지금 도로명 주소는 '서울특별시 관악구 관악로 1'이다. 서울 사는 사람도 관악구 내에 그 수많은 동의 이름과 그 경계와 영역을 전혀 다 알지 못하는데 저런 불필요한 정보들이 한가득 있는 것이 아무 의미가 없지 않은가. 그에 비해 비교적 큰 도로인 관악로 위에만 있다면 이 길을 따라가보면 언젠가 서울대가 나올 것이라고 가늠할 수 있다. (물론 그렇게 정문에 내려서는 학교 안에서 길을 헤매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 치명적인 약점이긴 하겠다. 캠퍼스 내에는 도로명 주소가 쓰이지 않아요.)

 

최근 벌어지는 공방은 마치 서울특별시 버스노선 체계 개편 때와 흡사하다. 당시 중앙차로를 운영하면서 버스의 번호는 간선 버스(파란색)의 경우 세 자리, 지선 버스(초록색)와 광역 버스(빨간색) 경우 네 자리로 일괄적으로 변경했다. 특히 지선 버스의 경우 앞의 두 자리는 출발점과 종착점이 위치한 구역의 일련번호로 정해두고 나머지 두 자리는 순차적인 번호를 매김으로서 버스 번호 부여를 체계적으로 정리했는데, 이 때 사람들은 익숙하던 버스 번호의 자릿수가 크게 늘었다면서 반발했다. 예전에 고등학교 하교시 국립수의과학검역원 근처에서 98번이 지나다니면서 유원지 쪽으로 가는 친구들을 태웠는데, 이 버스는 현재 5531번이다. 수치로 치면 약 60배 늘어난 큰 숫자가 되었다! 하지만 누구 하나 지금 이 번호에 대해 불편해 하지 않는다. 의도와는 달리 사람들이 앞의 두 자리의 번호를 통해 버스의 시점과 종점을 유추하거나 고려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네 자리 번호를 외우는 데 크게 불편해하지 않는다는 것은 시행 후 10여년이 지난 지금 거의 증명되었다고 볼 수 있다. 오히려 사자성어와 같이 네 음절의 글귀를 말하는 데 익숙한 한국 사람들의 특성상 네 자리 버스 번호는 더 편리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런 점에서 도로명 주소는 시행 초기에는 혼란스러울 수 있겠지만, 1~2년 뒤에는 금방 정착될 것이다. 시간 문제일 뿐, 우리들이 그렇게 심각하게 걱정하는 것만큼이나 큰 문제가 되거나 어려운 사항이 아니다. 금방 적응되니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주변에서부터 도로명 주소를 쓰고 익혀보자. 나는 개인적으로 그러한 빠른 적응력이 우리 나라의 장점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