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연휴동안 학교에 가지 않았다. 연휴가 시작될 때 즈음에 혹시라도 실험의 유혹(?)에 못 이겨 혹여나 학교에 가는 그런 불상사가 있으면 어떻게 하나 싶었는데, 그 모든 유혹을 이겨내고 서울대입구역으로 가는 전철과 버스는 타지조차 않았다.


2. 주일에 예배 끝나고 머리를 깎았는데 내가 바라던 대로 2 cm 정도 잘랐다. 남자 미용사가 깎는 것은 여자 미용사가 깎는 것과는 어째 느낌이 늘 다르다. 그래도 부정적인 방향으로 느끼는 게 아니라서 참 다행이다. 머리를 깎으니 어느새 더 깊어지는 것 같은 이마 주름살이 더 훤히 드러나는 것 같아 좀 불만스럽지만 머리 자체는 잘 해주셨다. 아참. 머리를 털어내고 말리는 보조가 남자였는데 머리를 감겨주면서 이것저것 물어보며 말을 걸었다. 보통 남자 직원들은 남자 손님들에게 그닥 말을 안 거는 게 관례같은 것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조금 신선했다.


3. 머리를 깎고 나서 용석이, 휘상이, 지열이를 만나기 전에 교보문고에 올라가서 이것저것 책을 봤는데, 거의 충동적으로 두 권의 책을 구입했다. 하나는 'Speaking Matrix - 2분 영어 말하기'인데, 영어 말하기 학습용도로 구입했다. 기존의 말하기 책과는 조금 다른 접근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데, 그 의도가 다분히 내 필요에 맞아 충독적으로 구입했다. (그러나 구글 Books에서 E-book으로 40% 정도 싼 가격에 판매한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을 때 약간 당혹스러웠다. 대신 3분 영어 말하기 다음 시리즈는 구글 Books로 구입해야지.) 다른 하나는 저명한 교황제와 교황무류설에 비판적인 가톨릭 신학자인 한스 큉(Hans K?ng) 교수의 책 '가톨릭의 역사'였다. 이 책은 산 지 이틀만에 읽었는데, 한스 큉의 날카로운 역사 해석과 개인적인 체험에서 우러나오는 분석에 탄복하였다. 그리고 미래의 기독교가 지향해야 할 바를 지적하는 부분에선 정말 큰 감명을 받았는데, 앞으로 한스 큉의 서적을 탐독해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ㅡ 그래서 다음주에 학교 도서관에서 그의 책을 대출해서 볼 예정이다. 후스토 곤잘레스(Justo Gonzalez)는 내게 기독교 역사를 이야기해 줬지만, 한스 큉은 내게 기독교 역사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 지 얘기해준 느낌이었다.


4. 연휴 기간동안 이태원에도 가고 홍대에도 갔다. 녹사평 근처의 쌀국수 집에서 쌀국수를 먹고 경리단길을 통해 남산공원에 갔다가 한강진으로 내려와 다시 이태원에 와서 맥주집에 앉아 스텔라 아르투아(Stella Artois) 맥주 한 병을 마시는데 쏟아지는 햇빛 아래 수많은 인파, 그리고 그걸 지켜보며 맥주 한 병 들이키니 여기가 한국인지 외국인지 잠시 착각할 정도였다. 펍 안의 음악은 흥겨웠고 연휴답게 여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시간을 보내니 이것이 진짜 휴식이구나 싶었다. 홍대에는 꽤 신기한 우동집에 갔다가 합정역 쪽으로 가는 길가에 있는 카페 디 에어(Cafe the Air)라는 곳에 갔는데 오랜만에 뵌 훈련소 동기형 ㅡ 단순히 훈련소 동기형이 아니고 포항공대 대학원생 선배다. ㅡ 과 앉아 수다를 떨며 무려 3시간 반 정도 앉아있었다. 그런데 이곳 인테리어와 후식이 정말 맛있어서 동생에게 추천해줬다.


5. 개인 자비 출판에 대해 조금 알아보았다. 현재 쓰고 있는 동서교회 대분열 연작을 잘 정리해서 InDesign으로 제작하든 어떻게 하든 해서 책으로 내려고 한다. (그런데 책으로 내면 웹페이지에 올린 것들은 자동으로 다 삭제해야 하는 건가? 저작권은 내게 있으니 웹에 올려도 상관은 없겠지? 어차피 그 책을 팔 목적은 아니고, 아는 사람이나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선물로 건네주려는 목적이 강하니...) 1,000부 정도 찍으려면 비용이 수백만원 정도 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충분히 가치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들은 ISBN도 받고 전자책으로 판매할 요량으로 개인출판사도 직접 등록해서 신고하던데, 글쎄 그건 좀 차차 생각해 봐야겠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