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5부작으로 쓰려던 동서교회 대분열과 관련된 내용이 이렇게나 길어질 줄은 몰랐다. 콘스탄티누폴리스 함락까지 무려 25편이고, 그 이후에도 몇 편을 더 쓸 예정이다. 원래 한국 천주교와 한국 정교회의 전래와 발전에 대해서도 쓰려고 했지만 조금 벗어난 거 같기도 하고 그래서 한 편을 줄이려고 한다. 종교 개혁, 동방 가톨릭 교회, 양 세계 대전, 에큐메니컬 운동, 이렇게 네 편만 쓰면 총 31편의 글들로 구성된 전체 내용을 완성하게 될 것 같다.


게시판에만 올려놨던 것을 lectures 란으로 끌어와서 새로 편집했고, 이제는 이 내용들을 책으로 출판하고자 하는 야욕(?)을 새로이 품게 되었다. 욕심같아서는 이 글들을 쓸 때 봤던 수많은 참고문헌들을 모조리 찾아내서 주석으로 달고 싶지만, 처음엔 인터넷에 올리는 글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부분들을 소홀히 했던 것이 못내 아쉽다. 과학적 글쓰기에 익숙해서 그런가, 인용은 꼭 문헌을 달아놓아야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같이 느껴진다.


몇몇 사람들은 쓸데없는 짓을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연구와 공부에 매진해야 할 대학원생이 별 관련도 없는 내용을 가지고 장황하게 글을 쓰고 있으니 시간 낭비라고 여길 법도 하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모든 사람들은 다 자신들의 커리어와는 상관 없는 일들로 자신들의 시간을 낭비한다. 단적인 예가 바로 스포츠 경기 중계관람이다. 새벽같이 일어나서 해외축구를 보고, 컴퓨터를 켜놓고 야구 중계방송을 보고 있다. 단지 나는 그 시간에 인터넷에서 교회사를 공부하고, 러시아어 교본을 들여다봤을 뿐이다. 그래도 이것이 낭비고 사치인가?


개인적으로는 남들과는 달리 '가시적으로 남길 수 있는' 결과물로 이 취미를 마무리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기쁘다. 적어도 책이 나온다면, 누구라도 내가 여기에 이만큼 헌신했다는 것을 이해해 줄 것이다. 그건 졸업논문과 다를 바 없다. 그것 역시 내가 6여년간 열심히 이런 일을 했다는 걸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니까. 그런 면에서 졸업할 때 주변 사람들에게 그렇게 책 두권을 선물해 주고 싶다. 내 커리어와 관련된 졸업 논문, 그리고 내 딴짓(?)과 관련된 이 '동서교회 대분열' 제하의 책을 말이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