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인 수배 대상이었던 유병언 세모그룹 회장이자 구원파의 우두머리가 순천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이미 부패가 진행되어 정체를 알 수 없었기에 무연고자로 신고하여 DNA 검사를 했는데 그의 일가족과 많은 부분이 일치했고, 유벙언의 DNA로 추정되는 것과 비교해보니 일치했다는 기사도 오늘 저녁에 비로소 알려지게 되었다.

 

사람들 사이에서 시신이 유병언이냐 아니냐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의료민영화 법안 추진을 감추기 위한 물타기라고 비난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국과수의 결과마저 신뢰하지 못할 정도로 대한민국 기관에 대한 신의가 이와 같이 땅에 떨어졌는가 하고 개탄하는 사람들도 있다. 어쩌면 일부 사람들의 말대로 유병언은 해외 망명 중인 상태이며, 죽어가는 노숙인에게 최고급 옷을 입힌 뒤 적당히 자살 분위기를 조성해 놓고 빠른 부패를 촉진하여 지금과 같은 상황에 '논리상' 아무 문제가 없게끔 누군가가 조장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게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세월호 사건의 탓을 유병언으로 돌려야 하나? 아니면 그를 통해 정계와 재계, 그리고 연예계까지 촘촘하게 얽혀있는 그물망같은 더러운 네트워크를 신랄하게 비판해야 할까? 앞뒤 꽉 막한 구원파 신도들을 힐난해야 하나? 뒷북만 무수하게 쳐댄 검찰과 경찰들을 비웃어야 할까?

 

그런다고 죽은 아이들이 살아 돌아오나? 아니면 현재 모순된 이 상황이 해결되기라도 한단 말인가? 세월호 참사에 가장 큰 원인을 제공한 사람들을 원점으로부터 죽 나열한다면 유병언은 선장과 승무원보다 더 멀리 떨어져있다는 사실은 누가 봐도 자명한 것이다. 그가 돈이 많은 권력가라고 해서 ㅡ 비록 그의 행동은 분명 '보통 사람들'을 샘나게 만드는 구석이 없잖아 있으나 ㅡ 그에게 모든 죄가 뒤집어 씌워지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것이다. 그건 이 사건을 온전하게 매듭짓는 방향이 아니다.

 

자꾸 세월호 참사 이후의 '틀'은 어딘가 삐걱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그래서 선박의 안전 점검과 승조원들의 안전 수칙 이행은 정확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일까. 유병언을 잡아서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보다 더 명확하게 밝힐 수 있단 말인가? 그런데 그 참사의 근본적 원인이라는 것이 그리도 캐내야 할 새로운 것이란 말인가? 사실 다들 알고 있으면서 괜히 모른 척한 '기본을 안 지킨 것' 그게 전부 아닌가? 물론 유병언이 재판정에 나와서 검사의 준엄한 일갈을 받게 되면 유가족과 국민들의 마음은 좀 통쾌할 수 있겠지. 하지만 뭐 새로운 것이 거기서 터져나오는 것은 아니잖나.

 

요즘 드는 생각이 유병언은 어떤 세력의 일종의 꽃놀이패같은 것이 아니었나 싶다. 현상금을 이렇게나 높게 잡고, 금수원에 농성하는 구원파의 요란한 행위들, 오락가락하는 검경의 수사, 그리고 뜬금없는 시신 발견. 모든 것이 사람들의 이목을 잘 사로잡았다. 정작 처벌받고 비난받고 철저하게 뜯어고쳐져야 하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니었는지 좀 생각해 봐야하지 않을까? 결국 희대의 재앙 앞에서 우리는 발전하지 못한 채 부자 노인의 썪은 시체 냄새를 놓고 불신의 줄다리기를 벌이고만 있으니,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 상황이 딱하고 한심하기 짝이 없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