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나는 알마티 국제 공항에 앉아서 태블릿 PC를 꺼내어 이 글을 작성하고 있다. 예상대로라면 나는 이미 여권심사를 마친 뒤 라운지에 앉아 편히 쉬고 있어야 하지만, 계획에 차질이 생겨 버렸다. 비행기 이륙을 위한 게이트 폐쇄 2시간 전까지는 입국 심사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옛날 소련 직원들이나 썼을 법한 거대한 챙을 가진 모자를 쓴 공항 직원들의 설명이었다. 내 비행기는 새벽 1시 35분에 게이트를 폐쇄한다고 되어 있으니 11시 35분까지는 입국심사가 불가능한 것이다. 처음에는 입국 심사 관리원이 퉁명스럽게 'wait'라고만 해서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다른 심사원에 가서 상황을 알아보니 알아듣지 못할 러시아어로 뭐라고 뭐라고 하는데 분명히 2시간, 2시간을 연신 이야기하는 것으로 봐서는 뭔지는 몰라도 2시간 정도를 기다려야 하는 게 맞아 보였다. 약간의 영어를 할 줄 아는 직원이 와서 더듬더듬 이야기해 주는데 그제서야 완전하게 상황을 이해했다. 아마도 알마티 공항의 승객 터미널이 상당히 작아서 출국하려는 사람들을 모두 수용하기에는 벅차기 때문에 이런 규칙이 있는게 아닌가 싶었다. (사실 알마티 국제공항의 터미널은 우리나라 시외 버스 터미널보다도 규모가 작아 보인다.)


아무튼 이 비행기만 타면 내 여름 휴가 여행은 모두 끝이 난다. 조지아 여행은 무척 좋았다. 중간에 나를 기분 상하게 만드는 상황들이 몇몇 있었지만 그런 것들은 바람과 같이 지나갔고, 결과적으로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기억들만 가지고 돌아가게 된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알마티의 아버지 집에도 잠시 들러 편안하게 쉬고 ㅡ 여기서 '왔다! 장보리' 드라마를 연속으로 보는데 요즘 한창 절정에 치닫는 것 같았다. 한국 가면 챙겨 봐야지. ㅡ 맛있는 음식들도 먹었다. 특히 오랜만에 맛보는 리뾰슈까와 꼐피르의 조합은 환상, 그 자체였다.


8박9일동안 해외에서 즐거운 기억을 쌓았으니, 그동안의 휴식과 경험, 즐거움을 바탕으로 해서 이제 2014년 남은 약 5개월의 시간 동안은 그 어떤 때보다도 더 열심히 일해서 알찬 결과들을 많이 내놓아야겠다. 충분히 쉬었으니 이제 맘껏 일해야겠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