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뜨란채아파트에 살 때에도 매주 지정된 요일에만 재활용 쓰레기를 버릴 수 있었기에 그 때마다 박스에 한 가득 든 종이, 플라스틱, 캔 등을 모아 아파트 밖으로 나가곤 했다. 그 때마다 옆집은 물론이고 아랫층, 윗층, 다른 동 사람들도 다 보게 되곤 했다.


이것은 현재 사는 아파트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한 가지 다른 것은 예전에는 평일에 재활용 쓰레기를 수거했지만, 여기서는 일요일에 수거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런지 휴일이라고 집안에서 편히 쉬고 있어야 할 것만 같은 아저씨들이 쓰레기들을 주섬주섬 챙겨나와 종이는 종이더미에, 플라스틱은 거대한 포대에, 스티로폼과 비닐봉지는 분리해서 버리는 것을 무척 자주 보게 된다. 분명한 것은 예전보다 각 집의 아버지들이 쓰레기를 버리러 나오는 비율이 상당히 높아졌다는 점이다.


가사노동의 분담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소소한 일거리임에는 분명하지만 예전에는 이것마저도 여성 주부들의 몫이었다. 하지만 일요일 저녁의 풍경은 이제 '이 정도는 남편이 당연히 군말 말고 해 줘야할 일' 정도로 취급되는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하긴, 조지아에 여행갔을 때 거기 남자들은 실내에서나 실외에서나 동승자들이 있건 없건 어디서나 담배를 피워댔다. 우리나라도 2000년대 초반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우리 아버지 때는 교수님들이 강의 중에 강의실에서 흡연을 했다니 말 다했다. 하지만 이제는? 간접흡연은 No! 라고 외치며 흡연자들을 죄인 대하듯 하는 것이 정당하게 느껴지는 시대가 되었다. 흡연하는 아버지들은 항상 등떠밀려 베란다에서 눈치보며 담배를 피우다가도 결국 문밖으로 쫓겨나서 니코틴을 흡입하고, 이제는 그것마저도 더럽다며 아예 금연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외치게 되는 사태마저 주변에서 왕왕 발생하고 있지 않은가.


변화는 생각보다 작게 일어나는데 동시에 빠르게 일어난다. 그래서 그런가 시간이 조금 지나면 예전엔 당연했던 것이 지금은 너무나도 당연하지 않은 게 되어 버리고, 과거의 생각에 안주해 있으면 세상 사람들로부터 수구적이고 구시대적이라며 비난받게 되어 버린다. 15년 전에 '내가 집안 쓰레기 분리수거 담당이야'라고 외쳤다면 술자리에서 동료들에게 호된 비난을 샀을는지도 모를 일 아닌가?


뭐 그런 생각이 들었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