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몰고 학교에 가다가 문득 생각이 들어 경수산업도로 진입 전에 방향을 바꿔 인덕원으로 향했다. 원래 우리 집앞 삼봉플라자에 있던 성공회 안양교회는 이번에 교회를 신축이전하여 동편마을에 새로 자리잡았다. 지난 번에 방문했을 때 교회 이전 계획을 상세히 설명해 주시던 신부님의 말씀을 기억하면서 동편마을로 차를 몰았다.


하지만 동편마을은 조성된 지 얼마 되지 않는 '새마을'이었기 때문에 지리를 알 수 없었다. 게다가 네비게이션에선 내가 밀림오지에 불시착한양 아무런 지도 정보를 제공해주지 않았다. 주변 주민에게 물어보았다. 성공회 교회가 어디에 있냐고. 그러더니 잘 모르겠다시던 아주머니는 저쪽 어딘가에 교회인지 뭔지 건물이 있는데, 혹시 당신 '여호와의 증인'이냐며 괜히 미안하게 물어보셨다. 아, 확실히 사람들이 성공회를 잘 모르긴 모르는구나. 아무튼 감사하다고 연신 인사를 드리고 그쪽을 향했다. 3분도 안 되어 사진으로 봤던 신축 건물이 등장했고, 열려있는 문을 통해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사제관에서 신부님이 반갑게 인사해 주셨다.


2층에 있는 안양교회 성전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엄청나게 큰 것은 아니지만 아름답고 귀엽게 모든 것이 정돈된 상태로  있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제대쪽 벽이 유리로 되어있다는 것인데 그로 인해 바깥에서 비쳐오는 환한 햇빛과 푸른 나무들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눈에 들어왔다. 고상 십자가와 성가대, 그리고 각종 성물들 등 모든 것이 전례에 합당하게끔 잘 배치되어 있었다.


새로 지어진 성전을 둘러보고 난 뒤 신부님과 반 시간 이상을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신부님은 이 교회를 지을 때 지역주민들과의 조화와 상생을 고려했다고 했다. 교회에서 나오는 소리와 빛이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교회 벽과 조명 장치를 특별하게 설치하였고, 교회 진입하는 길에 문턱을 없애 어느 누구나가 자유롭게 이용하고 쉬고 돌아갈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이 지역에 대한 사회 봉사와 '함께 사는 모습'으로 보여주면서 성공회를 알리겠다고 하셨다. 여기에서 길게 적기에는 아직 제대로 정리가 되지 않았지만, 신부님께서 말씀하시는 성공회의 신앙 정신과 태도, 그리고 사회를 향해 열려있는 자세와 선포하는 모습이 내겐 참 인상적이었다.  지금까지 성공회에 대한 관심과 애정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 그 때문이 아닌가 싶다.


오늘 나는 타 교단의 회원이 성공회 교단으로 전입하기 위해서는 어떤 절차가 필요한지를 여쭤보았고, 그 시기가 오기까지 성공회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책을 추천해주십사 요청했다. 신부님께서는 흔쾌히 세 권의 책을 내게 빌려주셨다. 하나는 성공회의 예전(禮典)에 관한 것, 다른 하나는 성공회의 역사에 관한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성공회 신앙이 다른 교회들과 구별되는 특징들을 잘 정리한 것이었다. 잘 탐독하고나서 언제든지 시간이 되면 연락하라고 하셨다.


참 신기한 것이, 지금까지 네 번이나 성공회 교회에 찾아가서 사제 및 신자회장 등과 함께 대화를 나누었지만 어느 누구도 내게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어달라고 요청하지 않았다. 오늘 차를 몰고 학교에 가면서 문득 들었던 '이건 정말 희한하다'라고 생각했던 점이 바로 이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시쳇말로 얘기하자면 신앙의 자부심이 있는 사람들이 부리는 여유로운 cool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