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인터넷 신문에는 로마 가톨릭 교회의 수장인 교황 프란치스코가 20쌍의 혼배성사를 주관한 기사가 눈에 띠었다. 혼배성사는 가톨릭에서 말하는 교회의 거룩한 일곱가지 성사 중 하나로 원칙적으로 혼배성사의 양측은 모두 가톨릭 교인이어야만 한다.


그런데 이번 혼배성사에 참여한 커플 중 동거 중이거나 이미 자녀를 나은 바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한다. 가톨릭 교리상 혼전 관계와 임신, 출산은 모두 대죄에 해당하는 것이다. 교리에 따르면 남녀관계는 오직 출산을 위한 목적으로서만 정당화되며, 쾌락을 위한 성적 관계는 죄악이라고 분명하게 언급하고 있다. 가톨릭 교회에서 콘돔을 위시한 각종 피임기구 사용을 금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교황은 이들을 성사의 자리로 참여해서 남들과 동등한 부부의 연을 맺어주었다. 혼전관계와 동거가 만연한 유럽 사회에서는 뭐 그리 대단한 일로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사실 교회의 입장에서 보면 큰 파격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일이다. 대죄를 가지고 있으면 이를 속죄한 뒤에야 영성체하는 것이 합당한 교인의 행동으로 취급되는 가톨릭 교회에서 그런 '죄'를 유효하게 보전한 채로 성당 안에 들어와 교황의 성사에 참여한다는 것이 가당키나 하냐고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교황의 행동은 매우 놀랍고, 그리고 오히려 그리스도적이다. 왜냐하면 세상에 의인은 없으되 하나도 없고, 그 누구도 당신에게는 흠결이 있다는 이유로 교회의 문을 닫아버릴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교회의 문은 예수 그리스도가 여셨고, 그는 모든 죄인과 세리, 창녀들을 자신의 잔치에 초대하셨다. 우리의 위대한 대제사장이 그러하셨는데, 그로 인해 죄사함을 받았다고 고백하는 그리스도인들이 과연 그의 뜻과는 반대로 행할 처지가 되겠는가.


이는 소위 교회가 용납하지 않는 미혼모, 성 소수자들에게도 해당되어야 할 것이다. 21세기에 교회가 품어야 할 소망이 있다면 그것은 보다 더 낮은 곳에서 모두를 아우르는 포용력을 가지는 것일 테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시대의 요구, 사람들의 요구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고 너무나도 효과적으로 행동하고 있다. 그의 태도는 분명 우리가 우러러 봐야 할 어떤 무언가를 지니고 있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