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ctor Bergmann의 생일을 맞아 찾아간 클럽 Globe Lounge는 놀랍게도 이태원에서 내가 가장 자주 갔던 재즈 클럽 All that Jazz와 같은 빌딩이었다. All that jazz는 3층이고 Globe Lounge는 2층이라는 사실 ㅡ 그래서 항상 그곳을 지나쳐 올라가곤 했는데 이날만큼은 더 올라가지 않고 측면의 빨간 문을 통해 들어갔다.


그 좁은 공간에 사람은 엄청 많았는지라 무척 더웠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흔들어대고 있었고 DJ는 열심히 소리를 뽑아내느라 바빴다. 공교롭게도 같이 간 일행 중 한국인은 나 뿐이었는지라 나는 계속 영어로 얘기해야했고, 그러다보니 내가 한국의 클럽에 놀러온 건지 아니면 독일의 클럽에 놀러간 건지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평일 밤이었는데도 Bondax를 아는 많은 사람들이 클럽을 찾아왔고 생각보다 한국인이 많아서 놀라웠다. 첫번째 DJ set은 한국 여성이 진행했는데 나름 흥겹긴 했지만 Victor는 소리가 약간 터프하다고 했다.


이윽고 Bondax가 디제잉을 시작하는 두 번째 set이 되자 본격적으로 인구 밀도는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 되었고 사람들은 열광하기 시작했다. 일전에 Victor는 미리 들어보라며 내게 그들이 디제잉 했던 현장 녹화 영상이 올라와 있는 유튜브 주소를 보내 준 적이 있었다. 그런데 거기서 들었을 때는 좀 더 트렌디하고 부드러운 느낌이었는데 실제로 이날 음악은 약간 좀 더 강했다. 아마도 DJ set이 외국이 아닌 한국에서 진행되어서 그런 걸까. 좀 더 한국인들이 열광하고 좋아할 수 있도록 손을 본 게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자세하게 그것이 무엇 때문인지 분석하기에는 하우스 음악에 대한 내 이해도가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구구절절이 여기서 말할 수는 없겠다.


IRTG 멤버는 아니지만 Victor를 보기 위해 한국을 찾은 다른 친구들과도 즐겁게 춤을 춰댔고, 기존에 잘 알던 멤버들과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음주보다는 가무(?)에 중점을 두었는지라 앉지도 않고 내리 4시간을 서서 흔들어대느라 바빴다. 독일 친구들은 확실히 클럽 문화가 몸에 배어서 그런지 자연스럽고 즐겁게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나도 어렸을 때부터 이런 문화에 익숙했다면 보다 덜 쭈뼛쭈뼛거렸을텐데 말이다. 생각해보니 20대에 가까운 시절에는 전연 클럽을 찾지 않다가 30대에 가까운 시절에야 (그것도 항상 독일 친구들과 함께) 클럽을 찾게 되니 이 무슨 아이러니인가. 팔팔하고 잘 놀 때 즐기지 못한 것에 대한 보상 정도로 생각해야 할까?


Bondax의 디제잉이 끝나고서부터는 사람들이 많이 빠져나가 공간이 여유로워졌고, 사람들은 그에 따라 더욱 더 과격하게(?) 춤을 춰대기 시작했다. 예쁜 여성 DJ가 소리를 뽑아내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더욱 열광하기 시작했다. 이제 시계는 2시 반이 넘어갔고 나는 슬슬 피로해지기 시작했다. 몇몇 친구들도 그러했는데, 오직 Victor과 Hila 만이 예외였다. 도대체 키 큰 Victor 체력의 원천이 무엇일까. 쟤는 아마 밤새 일하든 놀든 해도 다음날 끄떡없이 일어나서 Halo! 라고 외칠 것만 같단 말이지. 저번에 클럽 가기 전에는 격정적으로 농구를 하고 갔다는데 도대체 무엇이 그를 지치게 만들 수 있단 말인가. 아무튼 집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독일 친구 셋과 나는 오늘 파티의 주인공인 Victor에게 인사를 나누고 집으로 향하는 택시를 탔다. Victor는 오늘 함께 해 줘서 너무 고맙다고 모든 사람들을 꼭 안아주었다. 나 역시 Victor가 나를 초대해 준 것에 대해 너무나도 고마웠고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시간을 공유해줘서 정말 고마웠다.


집으로 돌아오자 3시 반. 도저히 그냥 잘 수는 없어서 물소리 최대한 안 나게 조심하며 간단히 샤워를 마쳤다. 그리고 4시 가까이 되어 완전히 잠에 곯아 떨어졌다. 행복한 수요일 밤이었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