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아직도 언젠가 이승엽이 베이징 올림픽에서 홈런을 쳐서 금메달 획득에 혁혁한 공을 세웠을 때 사람들이 그를 '병역 브로커'라며 개그 소재로 삼았던 것을 기억한다. 그때만 해도 사람들은 운동 선수들이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어 병역 혜택을 받는 것에 대해 큰 거부감을 가지지 않았더라고 생각한다. 사실 올림픽이나 월드컵, 아시안 게임 등에서 메달권에 든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고, 일반 사람들도 그것을 이루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초(?)를 겪으며 선수들이 피나는 노력을 하는지 이해하기 때문에 운동 선수들의 병역 혜택은 인지상정으로서 용인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 2014 인천 아시안 게임 야구 종목의 금메달에 대한 대중의 반응을 지켜보면, 지난 몇 년 사이에 사람들의 눈길이 많이 달라졌음을 알 수가 있다. 물론 이 야구 선수들과 팀은 너무 노골적이었다. 병역과 관련된 인터뷰 내지는 선수들의 소망을 어디서나 쉽게 찾아 읽어볼 수 있었고, 선수 차출에도 병역 관련 사항이 가장 큰 요소 중 하나였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이것은 정말 너무 한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아마추어 수준의 대표팀을 꾸려 나온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우리 나라는 프로 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었으므로 애초에 '대과만 없으면 금메달은 따 놓은 당상'이라는 것이 현실이었다. 따라서 이들은 국위선양이라는 거창한 목적 대신 병역 혜택 수확이라는 현실적인 목적을 이루려는 사냥꾼같은 느낌이 든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지난 몇 년간 병역과 관련된 비리, 특히 연예병사로 대표되는 부조리로 인한 국민들의 분노가 그 저변에 깔려 있다고 본다. 또한 지난 몇 달간 우리는 너무나도 슬픈 군 관련 사고들을 접했다.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국민 정서를 뒤바꾸어 놓은 것처럼 느껴진다. 선수들의 경거망동은 이런 불길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야구 경기에서 우리나라 대표팀이 승리해놓고 사람들이 불쾌해하기는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