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Jorge Luis Borges)의 작품인 『픽션들(Ficciones)』을 읽다보면 페이지 하단에서 여러 각주(footnote)들을 찾아볼 수 있다. 글에서 처음 보는 생소한 명칭이나 개념에 대한 추가 설명을 적어놓는 이 주문(註文) 및 인용(引用)은 통상적으로 해당 내용의 객관성 및 진실성을 확보하면서 동시에 독자들이 올바른 이해를 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이다. 특히 과학 글쓰기에서 주석은 굉장히 중요하고도 민감한 문제이며, 정확한 출처와 설명을 간결하고도 체계적인 형식에 맞춰 작성하는 것이 글의 설득력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한다. 많은 독자들은 저자의 주장을 담은 문장 뒤에 붙은 각주 번호나 주석 기호를 보고, '이미 비슷한 주장을 한 다른 저자들의 글, 혹은 실험 결과가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해 주는구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책 『픽션들』에서의 주석은 이와 정반대의 역할을 한다 ㅡ 독자들에게 저자가 지어낸 거짓 정보를 제공하여 실제로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가짜를 진짜인양 생각하게 하는 것. 그렇다, 이 책의 저자는 거짓말을 하는 셈이다! 물론 책의 제목이 fact(팩트)가 아닌 fiction(픽션)을 다루는 것이니 이 또한 거듭 아이러니하게도 적절한 것이겠지만, 우리같은 과학기술자들이 쓰는 글에서의 주문과 인용은 절대로 이런 식으로 기술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라는 말을 논문 작성 지도를 받는 석사과정 학생에게 해 주었다. 작성 중인 논문에서 인용하려고 하는 논문이라면 최소한 그 개요와 실험에 대해서는 누가 갑자기 물어봐도 대답할 수 있을 정도로는 읽어 이해해 놓아야 한다는 말과 함께...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