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석, 휘상, 지열이와 함께 2박3일간 경주 여행을 다녀왔다. 새벽에 자서 점심 즈음에 일어나는 생활을 이틀 반복하고나니 어젯밤에 잠을 이루기가 무척 힘들었지만 어느새 곯아떨어져서 지겨운 그 알람 소리에 사투를 벌이며 힘겹게 일어났다.


원래 나와 친구들은 제주도 여행을 늘 계획했으나 이번에도 틀어지는 바람에 다른 곳을 급히 정했다. 내가 제안한 바에 따라 작년에는 강릉이 최종 목적지였는데, 올해는 바로 경주였다. 경주에 마지막으로 여행하는 입장으로 간 것은 아마 중학교 수학여행 때였을 것이다. 용석이와 나는 같은 중학교를 나와서 공감하는 것이 몇 가지 있었는데, 그 중에 하나가 아침 일찍 해가 중천에 뜨기도 전에 길게 열지어 석굴암에 올라가 본존불상을 잠깐 훔쳐보고 나온 것. 우리가 경주를 올 겨울 여행지로 정한 것에는 그와 같은 과거 수학여행의 향수가 어느 정도 작용했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가 우리끼리 다시 수학여행을 할 수는 없었고, 관광은 적당히 하되 최대한 우리끼리 재미있게 놀다 오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그렇다고 관광을 소홀히 하지는 않았다. 아주 중요한 유적지인 첨성대, 불국사, 석굴암은 방문했다. 이전에 본 적이 있는 안압지(지금은 월지라고 부른다.)는 훨씬 세련되게 다듬어졌고, 예전에 교촌마을이 이랬는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아무튼 밤중에 조명으로 빛나는 복원 중인 누교(樓橋)인 월정교는 그 아름다운 모습을 조금씩 드러내고 있었다. 문무왕의 수중릉 주변에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서성이고 있었고, 처음 가 본 주상절리는 제주도의 유명한 주상절리 절벽과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사실 제주도 주상절리는 한 다섯 번 보다보니 이젠 별다른 감흥도 들지 않는다.)


친구들과의 여행은 늘 재미있다. 이번에 거의 8번째 단체 여행이다. 2006년 12월부터 시작된 우리들의 여행에는 항상 3~5명이 자리를 함께 했다. 물론 중간에는 군대나 유학 등으로 인해 사정상 자리를 지키지 못한 친구들이 있었지만. 다녀온 곳들도 여럿 된다. 부산, 대천, 가평, 오크밸리스키장, 강화도, 정선, 강릉. 이제 호남과 제주도만 가면 대한민국 각 지역은 최소한 한 번씩 방문한 셈이다. 장소는 달라도 늘 재미있는 여행이었다. 언제나 웃음이 끊이지 않았고, 거기서 맞닥뜨리는 모든 상황들을 즐길 수 있었던 여행들이었다.


용석이의 요리 실력은 더욱 빛나 있었고, 지열이는 운동을 열심히 했는지 생각보다 몸이 커져 있었다. 휘상이는 회사에서의 스트레스가 있었는지 살이 좀 붙은 거 같다며 그 여행하는 2박3일의 여정 중에서도 달리는 운동을 빼놓지 않을 정도로 관리에 열심이었다. 다들 서로 다른 일들을 하며 그렇게 자기 나름대로 커 나가고 있다. 처음 만난 게 13년 전인데 그때 다 고만고만했던 고등학교 신입생들이 지금은 사회 초년생 뻘 혹은 그 비스무레하게 되어 (더 치열한) 고군분투를 벌이고 있다. 아무쪼록 어디에서나 빛이 번쩍 나는 사람들로 즐거운 시간들을 쌓아나가 서로 자랑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