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함께 추석맞이 등산을 다녀왔다. 목적지는 서울 경복궁을 둘러싸고 있는 인왕산(仁王山)과 백악산(白岳山, 북악산). 버스를 타고 사당역에 가서 4호선과 3호선을 타고 경복궁역에 내려 사직공원 쪽부터 시작되는 인왕산 자락길기 첫 시작점이었다. 우리는 인왕산 범바위 근처에서부터 시작되는 계단을 올라 정상에 다다랐고, 거기에서 창의문(彰義門)까지 걸어간 뒤 거기에서부터 시작되는 계단을 올라 백악산 정상까지 이르렀다. 이제서야 하는 얘기인데, 인왕산 정상까지 오르는 건 큰 문제가 아니었지만, 이 백악산은... 창의문에서 올려다 본 백악산 정상 향하는 길은 오르기 극히 어려워 보였고, 인왕산을 오르며 '이제 나이가 들었음을 체감하는' 아버지에게 몇 번이고 여쭈었다 ㅡ '이거 오를 수 있을까?' 그래도 아버지의 의지는 굳었다. 우리는 별다른 지체 없이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예상대로 쉽지 않은 등정이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백악 쉼터에서 충분히 쉬며 숨을 고른 덕에 정상인 백악마루까지 오를 수 있었다. 정작 백악산 정상에서는 별다른 풍광을 만끽하지 못했고, 그 아래쯤에 조성된 청운대(青雲臺)에서 한쪽에서는 북한산을, 그리고 다른 쪽에서는 조감도처럼 펼쳐진 경복궁과 미니어처에서나 볼 법한 수많은 서울의 건물들을 바라볼 수 있었다. 그리고 청와대 개방 덕분에 열린 길을 통해 우리는 청와대 주변길을 따라서 효자동쪽으로 나와 버스를 타고 경복궁역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무려 4시간이 걸린 길고 험한 코스였지만 그래도 용감한 부자(父子)는 추석 연휴 마지막날에 이 일을 해냈다! 아버지와 나는 경복궁역 근처에 있는 SORRY라는 에스프레소 바에서 자축의 의미로 에그 타르트 하나와 에스프레소 두 잔을 시켜 나눠 먹었다.


지친 몸을 이끌고 온 우리를 맞이한 것은 조카 희준이. 요즘 희준이는 알까기를 열심히 연마한 덕에 주변 어른들과의 대결에서 파죽지세로 승리를 따고 있는 중. 샤워를 마치고 희준이와 대결을 했지만, 결과는 3:2 패배. 희준이에게 새로 선물해 준 보드게임인 '텀블링 몽키'도 하고, 붕사와 폴리바이닐알콜(PVA)를 활용한 탱탱볼 만들기 놀이도 하면서 삼촌으로서의 추석 미션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아, 그리고 동생 내외와 함께한 저녁에 등장한 와인과 돼지고기 삼겹살은 끝내줬다. 식사 중, 그리고 이후에 안나가 하는 얘기를 들어보니 안나가 꽤 여러 일을 회사에서 겪은 듯 했는데, 비록 어떠한 상황인지 내가 명확하게 모두 이해하긴 힘들었지만, 분명한 건 성장하고 있고 또 예전에는 몰랐던 것들을 스스로 체감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 점에 무척 감사했다.


이제 즐거웠던 추석 연휴가 지나가고 내일부터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조금 피곤하긴 하지만 내일 푹 자고 일어나면 다시 금방 회복되겠지. 다음에 다시 만날 때까지, 모두들 건강히 그리고 즐겁게 지내길!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