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는 논문을 투고하는 사람으로서 동료 심사자(peer-reviewer)들의 심사를 받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날아온 메일은 나를 논문 심사자로 채택하겠다는 것이었다. 저널은 ACS Applied Materials & Interfaces. 안 그래도 이 저널에 다음 논문을 투고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심사자로 날 선택하는 메일이 와서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어떻게 해야할 지 판단을 바로 하기가 조금 걱정이 되어 교수님과 상의했는데, 교수님께서는 큰 무리가 되지 않는다면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나는 아직 Dr. 타이틀을 가지고 있지 않음에도 ACS 에서 나온 재료과학 저널의 심사자가 되는 운을 누리게 되었다. (아마도 나처럼 박사학위 취득 이전에 심사자 제의를 받는 사람들은 여럿 있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이런 일을 한다는 게 다소 민망하기도 하고 좀 우스꽝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자세한 내용을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편집자(editor)는 내가 이전에 출판했던 그래핀 관련된 논문들을 봤던 듯 하다. 예전에 ACS Nano에 투고했다가 대판 깨져서 돌아온 쓰라린 경험이 있어서 약간 마음이 아프긴 한데, 그때 정말 황당한 심사평이 담긴 메일을 받고 동료 심사의 문제점이 이런 거구나 하는 걸 느낀 적이 있었다. 그 때 느낀 투고자의 억울한 마음을 떠올리면서 정말 진지하고 사려 깊게 투고된 논문을 살펴보고 심사를 해야겠다. 어디 한 번 볼까?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