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6월 6일은 현충일일 뿐이었지만 올해부터 이날은 동생의 혼인기념일로 지켜진다. 참으로 기쁘고 축복스러웠던 어제, 오후 6시에 안양의 한 웨딩홀에서 동생의 혼인식이 성대하게 거행되었다. 몇 달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이고 심지어 나는 축가를 부르기로 되어 있었는데 혼인 당일까지도 나는 그렇게 실감나지 않았다. 정말 안나가 결혼해서 새 가정을 꾸리고 독립해서 살아간다는 건가? 아니 그 작은 애가 뭘 할 수 있다고? 매제(妹弟)는 잘 챙겨줄 수 있는 거 맞아?


새로 산 셔츠에 새로 산 넥타이, 새로 산 양복과 새로 산 구두를 신고 정말 오랜만에 머리에 왁스를 칠하고 길을 나섰다. 식이 시작되기 1시간 전이었지만 먼저 오신 오랜만에 뵙는 분들이 계셨다. 아버지는 멋지게 양복 차림에 분홍색 넥타이를 하고 오셨고, 저기서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어머니께서 걸어 오시는데 오 세상에나, 당신께서 재혼하시는 건 아니겠지요? 외할머니도 오랜만에 분홍색 한복을 입고 나오셨다. 그리고 저 멀리서 매제가 걸어오고 동생이 웨딩 드레스를 입고 문을 나서는데 오 하느님 맙소사, 저 여자가 정말 내 동생 안나가 맞단 말입니까. 뭐 늘 (날 닮아서) 예쁘긴 했지만 오늘은 그 어느 때보다도 기품있게 아름다웠다.


축의금 관련 업무 보조를 흔쾌히 수락해준 내 가장 가까운 친구들 ㅡ 그리고 2년 반만에 프랑스 유학 중에 잠시 한국을 찾은 성림이까지 ㅡ 과도 인사를 나누고 우리는 모두 하객들을 맞이하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다시 뵙는 친가 친척들, 신일교회 교인들과 인사를 나눴고, 혼주는 결혼 당사자들의 부모님들이라고 그리 주장하셨던 아버지의 말씀처럼 아버지를 아는 회사 동료, 대학 동기 선후배, 중고등학교 동창 친구들과 인사드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날 처음으로 매제의 부모님께 인사드렸다.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가 벌써 식의 시작을 알리는 안내 방송이 나왔고 양가 어머니들의 촛불 점화로 분위기는 한층 달아올랐다. 매제가 걸어나오고, 아버지께서 안나를 이끌고 등장하셨다. 혹시라도 눈물을 흘리시는 것은 아닌가 내가 다 노심초사했다. 목사님의 주례와 성혼 선포가 있은 뒤에 내가 축가를 부르고, 매제의 친구가 뒤이어 재미있는 축가를 부르는가 싶더니 갑자기 매제가 '결혼해 줄래' 노래를 부르며 장미 여러 송이를 바치는 이벤트를 재치 있게 진행했다. 가끔 매제의 저런 모습을 보면 '난 낯 간지러워서 저렇게는 못할 것 같은데' 싶다. 우리 할머니 말씀을 빌리자면 매제는 용기가 있는 남자다.


잠시 덧붙이자면 내가 부른 축가는 CCM 그룹 '옹기장이'의 '서로 사랑할 수 있는 건'이다. 원래 여성 솔로의 곡이기는 하지만 12년 전에 동아리 연습을 하면서 처음 접했던 이 찬양이 너무나도 좋아서 반드시 동생 결혼식 때 꼭 불러주자고 마음먹었던 것이다. 피아노를 치면서 노래할까도 생각했는데, 그러면 노래에 집중하지 못할 것 같아서 그냥 음악 반주에 맞춰 노래했다. 동생과 매제 모두 기뻐하는 눈치여서 내가 퍽 마음이 놓였다. 노래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유일한 동기간인 내가 노래해줬다는 데에 의의를 두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핫.


온전히 두 사람이 주인공이었던 멋진 시간이었다. 새로운 시작을 하는 두 사람의 삶에 큰 기억으로 남는 순간이었기를 기원한다. 부디 동생들이 많은 사람들의 축복을 한 몸에 받았던 그 순간을 항상 간직하며 사랑을 더욱 키워나가기를 바랄 뿐이다! 솔직히 아직도 이 둘이 부부라는 사실이 실감이 나지 않지만, 새로운 가족이 된 매제와 자주 왕래하다보면 어느새 이 둘이 한 몸이 되어 사랑하는 내외라는 것이 자연스러워지겠지. 사랑하는 동생, 그리고 새로운 가족이 된 매제의 행복한 앞날을 기대한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