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뤄뒀던 윈도 10 업데이트를 그제 진행했다. 하루 정도 컴퓨터를 켜둔 채 일을 보고 돌아왔더니 어느새 업데이트는 완료되어 있었고, 창을 통해 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것같은 세련된 모습의 첫 화면이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로그인을 하고나서 바탕화면에 들어가면 화면이 깜빡거릴 뿐 아무것도 진행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몇번이고 재부팅을 해봐도 똑같은 현상이 반복되었다. 컴퓨터 드라이버에 문제가 있나 싶어 망연자실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첫화면과 로그인 과정 자체는 전혀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봐서 분명 여기에 무슨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수준에서 해결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핸드폰으로 검색을 해보니 대번에 답이 나왔다. 문제의 원인은 바로 보안 프로그램인 Norton. 이 프로그램이 윈도 10과 충돌을 일으키면서 깜빡임 문제를 발생시킨 것이었다. 실제로 노턴 사이트에서는 윈도 10과 상용성(compatibility) 문제에 관한 페이지를 따로 만들어 제공하고 있었고 내가 찾던 그 문제의 해결법 역시 제공해 주고 있었다. (여기 참조) 여기서 이야기하는 해결책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1. 안전 모드에서 재부팅하라. (윈도 10에서는 안전모드로 재부팅하려면 shift를 누른 상태에서 '다시 시작'을 하면 안전모드 재부팅 할 수 있는 화면이 뜬다.)
  2. 인터넷 연결된 안전 모드에서 fix tool을 다운로드 받는다.
  3. 다운로드 받은 파일을 관리자 권한으로 실행시켜라. (관리자 권한으로 실행하려면 오른쪽 클릭해서 나오는 메뉴 중 '관리자 권한으로 실행'을 클릭하면 된다.)
  4. 정상 모드로 재부팅하라.


그랬더니 정말 아무 문제 없었던듯 정상적인 이용이 가능하게 되었다. (참고로  한국어 구글에서는 이상한 답변만 나왔었는데 영어 구글에서는 제대로 해결책이 검색되는 것으로 보아 역시 제대로 된 정보를 얻으려면 영어로 검색하고 구글을 이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처음 실행한 윈도 10의 첫모습은... 깔끔하고 쉬크하다는 것이었다. '시작' 버튼이 생긴 것도 나름 좋은 선택인 것 같다. 사실 윈도의 '시작' 버튼은 윈도의 정체성과도 같은 부분이었기에... 물론 윈도 8에 완전히 적응한 나로서는 시작 버튼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웬만한 프로그램은 Win+R 실행창으로 실행할 수 있고 그게 안 되는 프로그램들은 '시작 모드'에서 앱 아이콘을 찾아 클릭만 하면 되는데 말이다. 탐색기도 Win+E로 열면 되는데 굳이 '시작' 버튼이 왜 필요해? 그렇기에 '시작 모드'와 '데스크탑 모드'가 전환되지 않는 이 새 환경이 오히려 어색하지만 (사람들이 불편하다고 불평불만 자자했던 윈도 8에조차 적응한 나였으니) 이 또한 금방 적응할 것이다.


아래 몇 가지 처음 보게 된 것들에 대한 인상을 간략히 적어 놓았다.


  1. 새로 선보이는 웹 브라우저인 Microsoft Edge는 매우 가벼운 브라우저라는 느낌을 주고 있다. 여전히 Internet Explorer는 사용가능하지만 이제 역사속으로 사라지겠군...
  2.  '작업 보기' 버튼을 누르면 현재 실행 중인 모든 창이 모니터에 한꺼번에 축소된 크기로 등장하는데 마치 안드로이드 핸드폰에서 손가락 두개로 핀치 투 줌 아웃을 해 버릴 때 각 바탕 화면의 모습들을 축소된 형태로 띄워놓는 것같은 느낌을 준다. 이것은 Win+Tab 으로도 가능한데 아마도 윈도 10이 모바일 및 태블릿 PC에 쓰일 것을 생각해서 이런 기능이 들어가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데스크탑 유저는 여전히 Alt+Tab을 애용할 것이다.
  3. 입체감이 사라졌다. 이미 윈도 로고마저 입체감을 포기한 단순한 사각형 타일로 변한 마당에 윈도 10은 모든 창과 표현에서 입체감이란 것을 완전히 삭제해 버렸다. 이것 역시 모바일 및 태블릿 PC 환경을 고려한 탓일 것이다.
  4. 알림음이 무척 부드러워서 듣기에 부담이 없다. 과거 윈도 3.1을 생각해보면 이 얼마나 사용자 친화적인 소리란 말인가. 모래시계가 한없이 돌아가며 (부정적인 의미에서) 심쿵하게 만드는 알람 소리는 어린 내겐 무척 충격적이었다.


앞으로 더 나은 모습들을 기대하며. 적어도 나는 윈도 10에 대해 긍정적인 것을 넘어서서 호의적이기까지 하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