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학생으로부터 들은 이야기였는데 오늘 아침 C&EN 뉴스레터에 나왔길래 읽어봤더니 정말 여러 포인트에서 흥미로웠다. (https://cen.acs.org/education/Chemistry-professors-decry-firing-colleague/100/i36?fbclid=IwAR1B6PfofENc-K0JrxRU3rKkSlH5jGh8K61GBhZMfRtDzM0a-cUB08zyf5Q) 개요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뉴욕대학(NYU)의 화학과 명예교수로 재직 중이던 Maitland Jones Jr. 교수가 지난 봄학기에 유기화학 과목을 가르쳤는데, 해당 과목을 수강한 350여명의 학생들 중 82명의 학생들이 이 교수의 수업이 난해한데다가 평가 기준도 모호하고 학점도 너무 낮게 준다는 이유로 대학본부에 진정서를 제출한 일이 있었다. NYU 대학본부는 해당 사항을 검토한 끝에 올해 84세인 이 Jones 교수와 계약을 맺지 않기로 하였다.


이 Jones Jr. 교수는 서울대학교 화학부에서 한동안 사용되기도 했던 학부 유기화학 교재를 저술한 화학자이며, 1964년부터 2007년까지 프린스턴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다가 이듬해부터 NYU에서 유기화학을 가르치는 계약직 명예교수가 되었다. 다른 기사에 따르면 그는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학생들의 학습 능력이 상당히 저하되었다고 밝히기도 했다는데, 본 기사에서 교재를 보고 공부하는 것보다 온라인 영상에 몰두하는 '틱톡 세대'의 문제점이기도 하다는 점을 지적한 토론토 대학의 교수 인터뷰 내용이 굉장히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대목이다. 우리나라 교육자들 중 상당수 역시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학습 환경에 따른 학생들의 실력 감퇴를 걱정해 왔는데, 학령 인구는 줄면서도 해외에서 유학하기 위해 한국으로 오는 학생 수는 크게 늘지 않은 대한민국 고등교육의 현실을 고려해 봤을 때 우수한 학습 능력을 가진 학생들의 절대적인 숫자가 지속적으로 줄고 있을 것이 뻔하기에 일선의 교수들은 대놓고 말을 하지 않을 뿐이지 학생들의 미진한 학습 상태를 피부로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던 Jones Jr. 교수의 학생 평가 기준은 다른 교수들에 비해 비교적 높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이유로 NYU의 화학부장은 이 교수가 화학과 소속 학생만을 대상으로 하는 유기화학 강좌를 맡는 편이 훨씬 나았을 거라고 생각했다는데, 실제로 청원을 낸 82명의 학생 중 상당수가 유기화학 수업을 들어야 하는 의대 예과 학생들이었다고 한다 ㅡ 의예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일반화학 수업시간 첫 오리엔테이션 때 '민족의 배신자들'이라고 일갈했다는 정두수 교수님의 믿지 못할 일화가 생각나는 대목이었다. 아무튼 이 학생들에게는 유기화학을 이해하는 것보다는 필수 과목의 학점을 잘 따는 것이 더 중요했을테니 Jones Jr. 교수의 강의는 그저 난해할 뿐이었을테고, 더군다나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학점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했으니 불만이 걷잡을 수없이 터져나온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결국 교수(敎授)와 수강(受講)의 목적과 지향점이 모두 엇갈린 것에 기인한 참극인 셈이다. 그런데 이쯤되면 대학에서 강의의 본질은 무엇인지, 강의라는 서비스는 제공하는 사람과 제공받는 사람 사이에 어떠한 규약을 기반으로 교환될 수 있는 것인지, 학원 강사의 수업과 개인 교습 선생의 과외 수업과 대학 강의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는지 등등 그동안 막연하게 '뭐 그렇겠거니...' 하고 생각했던 사항들에 대한 올바른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 아닐까 생각한다. 더군다나 한국은 교육 서비스의 수요자인 학생 수가 지속적으로 줄고 있기 때문에 공급자인 교수의 처지는 예전과 다를 수밖에 없다. 경제학 논리에 따르면 수요가 감소하면 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과연 대학 현장에서는 어떠한 양태로 이러한 '가격 하락'이 가시화될 것인가? 


아무튼 NYU 대학본부는 강좌를 개설한 사람에게 마땅히 주어진 어떤 자율성을 남용했다는 이유로 Jones Jr. 교수를 강단에서 내보내 이 사태를 매듭지었다. 하지만 분명히 다른 해결책은 있었다 ㅡ 화학부장의 바람대로 Jones Jr. 교수에게 화학과 학부생 및 대학원생들을 위한 심화 과정 유기화학 과목을 맡겼다면 교수 당사자와 학생들 모두에게 긍정적인 결과를 낳았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대학본부가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은 매년 고용 계약을 맺어야 하는 Jones Jr. 명예 교수는 다른 정교수에 비해 출교시키기 쉬웠다는 점도 있었겠지만, 비대칭적인 권력 관계를 혁파하는 것이 시대의 마땅한 흐름으로 인식되는 요즘의 사회 분위기와 연결지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Jones Jr. 교수가 그렇게 악랄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아니지 않은가? 그의 죄라면 너무 자기의 교수법을 지키며 강의를 자기 방식대로 해 온 죄일텐데, 그것이 계약을 해지당할 만큼의 잘못이라고 볼 수 있는가? 뉴스의 안 좋은 소식들과 여러 대중 매체들의 묘사 덕분에(?) 교수는 학생들을 착취하는 음험한 사람으로 그려지기 일쑤이나, 사실 교수도 대학의 엄연한 구성원이자 보호받아야 할 피고용인임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 다른 좋은 방식들을 강구할 수 있었음에도 이런 결정이 내려진 것은 분명 아쉬운 일이다. 


기사 말미의 NYU 화학과의 다른 교수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To me, the issue here is not about the students writing a petition—it is about the administration’s overreaction. NYU deans chose not to take a nuanced approach to analyzing this situation.”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