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열흘동안 지겹게 날 괴롭힌 행정 절차가 이제야 마무리되었다. 지금까지 처리한 행정 업무 중 가장 낯설고 불가해한 일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다보니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이제는 이해할 수 있다. 지난 6년 반동안 석사 혹은 박사과정생으로서 연구를 진행했던 나는 9월 1일부터 서울대학교 총장의 발령으로 자연대 화학부에서 연수연구원으로 일하게 된다.


이전과 크게 달라지는 것은 이제 나도 제대로 정부에 세금을 낸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기타소득으로 분류된 인건비가 이제부터는 근로소득으로 취급되어 4대보험료 및 기타 소득세가 징수되는 것이다. 그리고 달마다 받는 인건비 수준도 약간 오르게 된다. 무엇보다도 신분이 애매해진다는 게 가장 큰 변화인데 학생이라 하기에도 어렵고 독립적인 연구를 하는 연구자라 하기에도 어렵다. 결국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준비하는 번데기 단계라고 생각하면 편한데 이 과정이 좀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인건비를 지급할 수 있는 내년 4월까지 연수연구원 계약이 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 전에 해외 대학에서 박사후연구원 자리를 잡아 나가게 되는 것이 모두를 위해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려면 논문도 빨리 써야하고 실험도 어느 정도 진행해야 한다. 그런데 이게 어떻게 몇 달 안에 다 해낼 수 있는 일이란 말인가. 요즘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공동연구 관련된 문의 메일을 보노라면 도대체 내가 박사과정일 때와 무슨 차이가 있는 건가 한숨이 나오기도 하고, 그런데 또 뭔가를 이렇게 자꾸 이어서 할 수 있다는 건 또 고마운 일이기도 하고. 뭐가 뭔지 모르겠고 어떤 게 내 커리어에 이득이 되는 것인지 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 졸업 때까지는 여유있게 여름을 보낼 참이었는데 당장 8월 초부터 실험을 재개해야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무튼 지난한 행정 업무가 내 손을 떠났으니 이제는 연구 업무와 소소한 취미 활동에 좀 더 매진해야겠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