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연히, 그것도 남북간 긴장 상태가 최고조에 이른 이 주말에 나는 친구와 함께 전라남도 수천에서 이틀을 보냈다. 긴 시간이 허락되었다면 바로 아래에 있는 여수까지 돌고 왔을테지만 허락된 것은 주말 이틀뿐이었기에 여유있게 순천 한 도시만을 돌고 오자는 계획을 세웠다. 하고 많은 여행지 중에 순천을 택한 이유는 몇가지가 있지만, 우선 순천만이 워낙 인기가 많아 한번 가보고 싶기도 했고, 내일로 여행이 활성화되면서 많은 여행객이 찾는 도시가 바로 순천이라고 해서 나도 방문해보고 싶었다. 다행히 순천까지 KTX가 운행했기에 오가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여행 기간동안 방문한 곳은 순천오픈세트장(드라마 촬영지), 낙안읍성, 그리고 순천만자연생태공원이었다. 세 곳 모두 좋았다. '아니, 순천 이 먼 도시에 이렇게 잘 꾸며진 볼거리가 있었어?' 하는 놀라움과 함께 말이다. 순천오픈세트장에 설치된 7-80년대 서울 종로 거리와 달동네 세트장은 흡사 과거의 모습 그대로 옮겨놓은 것같았다. 여기서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를 찍었다니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런가하면 낙안읍성은 3-400여년 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해놓은 조선시대 초가집 가옥군의 전형이었다. 나즈막한 성곽 위를 걸으며 바라본 집들의 모습은 그저 아름다웠다. 초가집 골목을 걸으며 느껴지는 정취와 남도 민요 가락에 맞춰 '얼쑤'를 외치다보니 과거로 꼭 돌아간 것난 같았다.


압도적인 면적의 갈대습지가 나를 반겨준 순천만은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다. 용산전망대까지 가는데 본의 아닌 등산을 하게 되어 땀을 많이 흘렸지만,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습지와 바다의 모습은 절경 그 자체였다. 중간에 생태체험선을 타고 습지를 돌아보았는데 고등학생때 루마니아에서 배를 타고 두너레아 강(도나우 강)을 탐방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났다. 새와 환경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필시 좋아할만한 곳이리라.


그런데 그 무엇보다도 순천 여행 기간 중에 너무나도 잘 먹고 다녔다. 밥그릇과 반찬을 싹쓸이하면서 간식도 사서 먹고 다녔다. 특히 호텔에서는 조지아에서 산 달달한 적포도주와 함께 프랑스산 치즈를 잘라 먹었는데 시원한 실내에서 원없이 먹고나니 기분이 무척 좋았다.


오랜만에 제대로 국내여행을 진행했다. 내가 다음으로 가고자 할 여행 도시는 통영-거제인데 이게 언제 어떻게 성사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간 해외여행에만 경도되어 어디로 나갈지 늘 고민했는데 국내여행도 많이 생각해 봐야겠다. 아무튼 즐거운 여행을 함께한 모든 이에게 감사할 뿐이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