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00년부터 우리 가족 소유였던 정든 박달동 집을 떠나는 날. 이른 새벽 6시부터 집을 찾아온 이삿짐센터 일꾼들이 내는 소리에 잠이 깼다. 부스스한 상태를 대충 정리하고 방 밖으로 나와보니 수많은 상자와 천들이 우리 집 물건들을 담아 원주로 보내려고 준비운동을 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모든 짐이 원주의 새 집으로 가는 것은 아니고 일부는 외할머니댁으로 가야했기에 어머니께서는 일부 물건들을 따로 빼서 상자나 보자기에 담고 계셨다. 나는 급히 옷을 갈아입고 어머니께서 정리하신 짐과 내가 전날까지 준비해뒀던 짐 상자들을 모조리 차에 옮겨 실었고 차로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외할머니댁으로 향했다. 일종의 운송선 역할을 한 셈. 두어번 왔다갔다하니 모든 짐 운반 완료! 수고했다는 의미로 외할머니는 누룽밥에 갖가지 반찬을, 어머니와 이모는 집근처 롯데리아에서 강정버거와 카페 아메리카노를 대접해주셨다. 오전부터 이어진 이사 일을 해결하고나니 정오가 가까운 시간이었다.


이제 앞으로 박달동에 갈 일은 별로 없을 것 같다. 하지만 30년의 짧은(?) 시간 중에 12년을 이 곳에서 살았으니 ㅡ 지금까지 살았던 집들 중 가장 오래 산 집이었다. ㅡ 아직도 아파트 단지의 풍경과 그 느낌은 눈감고도 살갑게 느껴진다. 가장 열심히 공부하고 꿈을 키워가던 그 소중한 시간들을 함께해 준 정든 집이었다. 모든 가구와 물건들을 빼내고 텅빈 방을 보니깍분이 참 묘했다. 몇시간 전만해도 저기서 뭔가 하고 있었는데.


이제 앞으로는 늘 새로운 주거 환경의 연속이 될 것이다. 언젠가는 나도 혼자 따로 나가서 살아야겠지. 그런 격동(?)의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출발 신호라고 생각해야겠다. 학교에서 집에 갈 때 늘 9번을 탔는데 지금은 9-3을 타고 가고 있다. 그리고 다음에는 사당역까지 간 뒤 갈아타는 시도를 해서 어느 것이 등하교에 최적인지 잘 확인해봐야겠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