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 가지 일에 집중을 할 수 없다. 박사 졸업을 하고 박사후연구원이 되면 우선적으로 논문 쓰기, 그리고 실험은 하나 정도만 집중해서 진행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게 왠걸. 여러 교수님들과 연구원들로부터 공동 연구 제의 혹은 권유는 끊이질 않았고, 샘플을 제공해주랴, 측정을 해보랴 정신이 없다. 간단한 일들이라도 그게 두어 개 쌓이면 무시 못할 일이 된다. 1시간동안 자리에 앉아서 무슨 일을 하는 것과 30분 일하고 5분 다른 일 했다가 다시 30분 일하고 5분 다른 일을 하는 것은 결과의 양과 질 측면에서 엄청난 차이를 보이지 않는가. 요즘 이런 식으로 자주 차출되었다가 다시 자리에 돌아오고 하는 일이 잦다 보니 무슨 일 하나 제대로 진척되는 것이 없다.


모든 것이 내가 감당해내어야 하는 일들인 것은 맞고 시간이 지나면 다 적절히 매듭지어질 일이라는 것을 안다. 그래, 내가 여기서 박사후연구원을 2년 이상 할 것이라면 이런 식으로 동시다발적으로 일해도 상관이 없다. 하지만 내 계획은 이게 아니지 않는가. 빨리 논문들을 써서 제출하고 답을 얻어도 늦을 판에 자꾸 이런 저런 일로 발목을 잡히는 것 같아서 퍽 서운하다.


물론 내 일을 받아서 할 후배가 없어서 더 이런 난처한 상황에 처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을 누굴 탓하란 말인가. 그냥 모든 것을 내가 다 짊어져도 가능했던 지난날들에 후회 섞인 눈초리를 보낼 뿐이다. 하지만... 나도 박사 졸업 이후에 이것 저것 해 보고 싶었던 것은 많았지만 이런 수더분한 일들은 아니었다. 마치 연굿거리들을 골라 담아 논문을 양산해내려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는 나 자신이 조금은 초라해 보인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