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계정을 한번 갈아엎기 전에 나는 페이스북에 정치와 시사 관련된 포스팅을 몇 차례 한 적이 있었다. 남의 담벼락에 혹 잘못된 시사 정보, 아니면 나와는 다른 정치적 입장을 담은 글이 게시되면 댓글을 달거나 토론을 진행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일전에 여기에서 얘기한바 있는지 모르겠으나, 기성용의 SNS 사건을 계기로 해서 나는 그러한 노력이 모두 무의미할뿐 아니라 SNS에서 정치적인 일을 논한다는 것이 매우 위험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새로 연 페이스북 계정에는 정치적인 의견이나 감정을 담은 글은 일절 올리지 않고, 대신 나를 쿨하게 표현해줄 수 있는 여행 사진들과 글들만 올리고 있다. 설령 사회 이슈에 관련된 글을 올리더라도 직접적인 의견이나 생각은 모두 거세해버린 껍데기같은 풍자나 에둘러 말하는 포장글만이 간간이 눈에 띠는 수준이다.


사실 정치적인 이야기는 이곳 홈페이지에서 다루리라고 마음 먹었다.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홈페이지에는 긴 글을 올려야 한다. 이것이 가장 큰 골칫거리이다. 페이스북에서는 수백자 이내의 글이면 충분하고 심지어 댓글로 미진한 논지를 보충할 수도 있는데 여기서는 진정한 의미의 '작문(作文)'을 해야 한다. 페이스북 타임라인이 아닌 홈페이지의 제로보드XE 게시판 글쓰기 페이지는 나로 하여금 기승전결을 비롯한 글의 구조를 갖추게끔 말없이 요구하고 있고, 더불어 문법적 오류나 논지 전개의 허술함을 강하게 감시하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정작 홈페이지에 집중하게 된 이후로 온라인에서 정치적인 의견을 담은 글을 쓰는 횟수가 무척 줄었다. 사실 외치고 싶은 사회적 이슈는 전보다 훨씬 많아졌다. 하지만 그것이 머리속에서만 맴돌뿐 온라인 활자로 표현된 적이 거의 없다.


이것이 과연 긍정적인 것인지 혹은 부정적인 것인지 잘 모르겠다. 다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내가 정치적인 이유로 온라인 상에서 남과 부딪힐 일은 거의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것을 자기검열로 봐야할지, 아니면 평온한 인터넷 생활 즐기기로 봐야할지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