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비자 관련해서 영어 공인 시험 점수가 필요하다기에 무작정 가장 빠르게 결과를 받아볼 수 있는 IELTS를 선택했고, 그 시험을 오늘 아침과 저녁에 봤다. 왜 아침과 저녁이냐하면, 듣기와 읽기, 쓰기 시험이 오전 8:50부터 오후 12:07까지 있었고, 말하기 시험이 오후 5:00 부터 5:15 까지 있었기 때문이다. 두 시험 사이에 빈 시간에는 홍대에 있는 스페인어학원에 가서 말하기 수업 30분 조금 듣고 얼른 나왔다.


시험장에 들어선 이후 말하기 시험이 끝날 때까지 이 시험으로부터 받은 인상은 매우 긍정적이었다. IELTS 시험은 다른 영어 시험과는 차별되는 몇 가지 특징들이 있었다.


우선, 규모가 상당히 작다. 주한영국문화원에서 주관하는 시험인 IELTS는 ETS에서 주관하는 TOEIC, TOEFL, 그리고 서울대 언어교육원에서 주관하는 시험인 TEPS에 비하면 대한민국에서 한참 마이너한 시험이다. 서울에 고사장이 총 네 곳이 있는데, 강남의 방배중학교에서 시험을 치른 사람이 50명도 채 안 된다. 그러니 한 해 응시인원 수로 비교하자면 TOEIC의 1/100 은 될까 싶다.


그리고 응시자들의 평균 연령이 다른 시험에 비해 월등히 높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IELTS 시험을 치르는 사람들 중에는 호주를 비롯한 영 연방 국가로 취업 혹은 이민하려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그러니 유학 혹은 입시를 위해 시험을 치는 대학생 이하의 어린 아이들이 적을 수, 아니 없을 수 밖에. 오히려 다른 시험에서는 볼 수 없는 진귀한 광경이 있었는데, 바로 외국인들과 같이 시험을 치르는 것이었다. 아마도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국내 거주 외국인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시험 감독관이 구두로 지시하는 모든 사항은 영어다. 나는 이게 참 인상 깊었다.


마지막으로 신원 확인 및 관리가 철저하다. 시험 전에 사진을 찍고 지문 날인을 하는 영어 시험은 처음이었다. 게다가 신원 증명 서류로는 여권이 유일했고, 이는 다른 시험들과는 매우 다른 것이었다. 시험 중간중간에 여권과 응시자를 대조하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반복했고, 말하기 시험을 치르기 전에도 지문 날인을 해서 앞 시험 응시자와 동일 인물인지 확인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그리고 이건 내 개인적인 판단인데, IELTS 듣기와 읽기 문제의 경우 대본과 지문이 어려운 것은 아니다. 단지 대본과 지문에 딸려있는 문제가 더 난해하다고 생각한다. IELTS 시험 보기 전에 Cambridge 대학에서 출판한 IELTS 모델 테스트 책을 가지고 연습을 해봤으니 망정이지, 아무런 준비도 없이 이 시험을 봤다가는 아무리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이더라도 낭패를 보기 십상이었을 테다. 이것은 마치 수능 언어 영역을 푸는 느낌이다. 아무리 원어민이더라도 수능 언어 영역의 비문학 지문을 다 맞히기는 어렵지 않던가. 정말 그런 느낌이다. 오늘 시험도 그런 느낌이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쓰기와 말하기의 경우, 우리 대학원생들이 곧잘 저지를 수 있는 실수가 있다는 것을 오늘 시험을 통해 몸소 깨달을 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장황함'이다. 쓰기 시험에서는 task 1, 2 각각 150자 250자를 써야 하고 말하기 시험에서는 11~13분 내에서 1~2분씩, 혹은 수십 초씩 주어진 질문에 대해 서너 문장의 논리적인 연결성을 갖춘 한 도막의 이야기를 해야한다. 그런데 우리 대학원생들은 항상 길게 완결된 글, 15분 이상 설명해야 하는 영어 발표에 익숙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런지 글도 장황하게, 말도 장황하게 길어진다는 느낌을 시험 도중에 받았다. 물론 그렇다고 심대한 잘못을 저지른 것은 아니었지만, 아마도 이런 짧은 길이의 쓰기와 말하기에 익숙한 사람들이 볼 때에는 내 글과 말이 여전히 구성은 산만하고 끝맺음은 엉망진창이었노라고 폄하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건 뭐 학원을 다니거나 IELTS에 특화된 준비를 할 때만 내다보고 고칠 수 있는 거잖아?)


미네소타 대학의 경우 '비자 취득용 영어의 유창함'을 증명하기 위한 최소 점수로서 IELTS 5.5 를 제시하고 있다. 5.5가 그렇게 높은 점수는 아니기에 쓰기와 말하기에서 날 배신하지만 않는다면 무난하게 저 점수 대역을 넘을 수 있지 않을까 싶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일. 일단 20일에 결과를 인터넷으로 확인할 수 있다니 기도하는 마음으로 좋은 점수 대역이 나오길 빌어야겠다. 그러고보니 호주에서 일하려면 IELTS 점수 대역이 7.0 이상을 받아야 한다고 하는데 과연 내 평소 실력으로 이 정도 점수 대역을 받을 수 있는건지 사뭇 궁금해졌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