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교회에서 두 번째로 찬양으로 드리는 감사성찬례를 봉헌했다. 원래는 강은정(미리암) 누나가 인도해야 했지만 최근 처한 가정 내의 어려운 일로 인해 부득이하게 내가 인도를 맡게 되었다. 곡 목록을 정하고 연습을 한 게 1주일도 채 되지 못해서 함께한 찬양단원들에게 다소 미안했다.


피아노를 치면서 찬양 인도를 하는 것은 무척 번거롭고 어렵다. 번거롭다는 것이 귀찮다거나 짜증난다는 뜻이 아니라 말 그래도 신경 써야 할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기 때문에 고정된 위치에서 심히 번잡하게 된다는 것이다. 노래도 해야 하고, 반주도 해야 하고, 멘트도 해야 하고, 곡의 진행도 악기팀과 싱어들에게 알려줘야 하고, 특별히 성찬례의 진행이 어떤지 제대 쪽도 살펴봐야 하고, 또 회중들의 노래와 박수도 유도해야 한다. 이쯤되면 거의 버스 기사의 멀티 태스킹과 거의 필적할만한 수준인 듯 싶다. 내가 건반 연주와 찬양 인도를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 그 역할에 썩 익숙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서 가끔 말이 꼬이고 반주의 박자가 제멋대로 진행되는 등 다소 애로사항은 있었지만, 그럼에도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잘 진행되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성공회 교인들은 회중과 함께 부르는 복음성가를 상당히 어색하게 생각한다. 개신교에서는, 특히 오순절주의 교회에서는 회중 찬양의 비중이 엄청나게 큰지라 손을 들거나 혹은 일어서서 몸을 흔들며 찬양하는 것은 예사요, 중간중간 박수를 치고, 뛰고, 함성을 지르는 것조차 자연스럽다. 그러나 감사성찬례 중에 점잖고 엄숙하게 예배를 드리는 것에 익숙한 대한민국의 성공회 교인들에게는 이런 모습이 손발이 오그라들 것같은 그런 쑥쓰럽고 머쓱한 모습일 것이다. 개신교에서는 이미 20년전에 널리 불렸을만한, 그래서 어른들도 다 알만한 복음성가가 여기서는 거의 최신곡이다. 그래서 윤병학(마가) 신부님이 안양교회에 부임하셔서 복음성가 및 찬송으로 감사 성찬례를 진행하고자 하는 사목 의향을 밝히셨을 때 나는 '이게 과연 잘 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들었던 것이다.


안양교회의 찬양 감사성찬례는 제2형식으로 드려진다. 일반 감사성찬례는 제1형식 내에서의 제1~4양식을 교회력 절기에 맞추어 택하지만 찬양 감사성찬례는 비교적 짧은 기도문으로 구성된 2형식을 따른다. (이런 것만 봐도 성공회는 다양한 예배 형태를 지향하며 어떠한 경우에도 말씀과 성찬의 조화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예배 형태에 적절하게 응용할 수 있다는 놀라는 이점을 가지고 있다.) 찬양 감사성찬례가 오늘로써 이제까지 두 번 진행되었으니 대략적인 틀은 잡힌 것 같다. 이제 각 싱어들과 악기 연주자들이 합심하여 열심히 연습하고 곡을 익히면, 그리고 교인들이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찬양에 참여한다면 더없이 기쁘고 은혜로운 찬양 감사성찬례가 될 것 같다.


찬양 성찬례가 끝나고 모두들 내게 와서 수고했다고, 잘 해냈노라고 말씀해 주셨지만 사실 그건 내가 한 것이 아니다. 모두들 잘 도와주셨기 때문이고 무엇보다 찬양의 제사를 받으시는 하느님이 사실 다 계획하고 뜻대로 진행하신 것이니까. 미국으로 떠나기 전에 교회에 어떠한 모양으로 봉사할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 동시에 교인들이 전적으로 필요로 하는 ― 위치에서 섬길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