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비자가 아직 발급되지 않았고, 심지어 아직 그것을 위한 필수 서류인 DS-2019조차 내 손으로 들어오지 못했지만, 8월 중순까지는 마무리될 것이라는 생각에 우선 미니애폴리스에서 1년간 살게 될 집 계약부터 서둘렀다.


흔히 한국에서 원룸이라고 부르는, 작은 화장실이 딸려있는 방 하나를 미국에서는 스투디오(studio)라고 부른다. 미니애폴리스에서 싼 스투디오는 월세가 $1,000 근처였던 것으로 기억하지만 교통이 좋고 학교 근처에 위치할수록 가격은 점점 올랐다. 한편, 침실과 주방이 따로 분리되어 있고 화장실이 개별적으로 딸려 있는 집을 통상적으로 원베드(1 bed)라도 하는데 최대 2명이 묵을 수 있고, 가격은 $1,200 ~ $1,500 정도 하되 두 명이 묵으면 추가 렌트비를 지불해야 한다. 내가 알아본 것은 바로 스투디오와 원베드였는데, 스투디오보다는 원베드쪽에 좀더 관심을 가지고 빈방을 구했다. 그도 그럴 것이 두 집의 가격 차이가 아주 엄청나게 차이나는 것이 아닌데다가, 이미 스투디오는 학부생 및 대학원생들이 거의 차지했기 때문에 빈방을 쉽게 구할 가능성이 낮았기 때문이다. 가격을 넣고 괜히 귀찮게 길게 고민하느니 좀 더 돈을 지불하더라도 편하고 신속하게 결정되는 것이 더 낫겠다는 주관적인 판단이었다. 물론 한 집에 화장실 딸린 침실이 여러개 있어 다른 사람들과 주방과 거실을 공유하는 기숙사 스타일의 투베드, 쓰리베드 등도 있긴 했지만, 웬만하면 혼자 살고 싶었기에 가격의 이점에도 불구하고 ㅡ 투베드가 되면 렌트비가 $7~800 정도로 뚝 떨어진다. ㅡ 원베드를 고집한 면도 있다.


불행히도 몇 군데 검색을 해서 빈방이 있는지 메일을 보냈지만 하루 뒤 온 답변들은 죄다 빈방이 없다는 말뿐이었다. 원래 학기 시작 전에는 집 구하려는 학생들 때문에 대학 캠퍼스 근처 집들은 전쟁터나 다름없다고 했다. 그래서 난감해하던 찰나, 미국 독립기념일이 끝난 다음날 새벽 내게 빈방이 있다는 메일이 전달되었다.


위치를 보니 캠퍼스 외곽 도로 바로 맞은 편에 있는 것이었다. 음, 그렇다면 가격이 비싸겠군? 대략 월세가 $1,400 정도였다. 방 도면 ㅡ floorplan 이라고 일컫는 것 같다. ㅡ 과 렌트 신청을 위한 서류가 첨부되어 있었다. 내가 원하는 방 ㅡ unit 이라도 일컫는 것 같다. ㅡ 의 크기는 656 제곱피트인데, 내가 피트 단위는 익숙하지 않아서 변환기를 돌려보니 대략 60 제곱미터, 즉 18평 정도 된다. 내가 지금 서울 대학동에서 묵고 있는 원룸 크기의 4배 정도 되는 셈이다. 물론 렌트비도 4배 정도 되시겠다. 조금 가격이 비싼 편 아닌가 싶긴 했으나 원베드에 이 정도 가격은 미니애폴리스라서 가능한 사실. 렌트비 높기로 악명높은 동부나 서부 대학 근처 집에 비하면 싼 편이지. 무엇보다도 학교에 완전 맞닿아 있어서 치안이나 통근 문제도 전혀 없고 미니애폴리스의 대중 교통 수단도 밀집되어 있어서 생활하기에 굉장히 편리할 것 같다. 그러니 이 정도 렌트비가 높아진 것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며 괜찮은 수준이다.. (라고 믿고 싶다. 왜냐하면 직접 가서 본 건 아니니까..)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다. 우선 내가 미국에서 지내온 경력이 없으므로 임차인의 지불을 보증해주는 gurantor 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마침 내가 연구원으로 일할 연구실에 한국인 박사가 한 분 계셔서 그분에게 메일을 전달해드렸더니 흔쾌히 guarantor 로 서명해주겠다고 하셨다. 고마운 확답을 받은 것도 잠시, 바로 서류 작성에 들어간 나는 청구 금액을 보고 깜짝 놀랐다. Application fee ($40), Administrative fee ($100), Security deposit ($250), International deposit (한달 월세) 를 지불해야 신청이 가능하단다. 갑자기 200만원이 되는 돈을 지불해야한다니! 집 매니저에게 바로 답신을 보냈다. 그랬더니 세상에나, 미국 현지에 사는 guarantor가 있으면 International deposit 면제고, 마침 행사 기간이라서 $40 의 Application fee 만 내면 된단다. 이 고마운 답신에 신이 난 나는 그길로 새벽 1시에 학교로 달려가 모든 서류를 인쇄 및 스캔해서 집 매니저에게 보냈다. 미니애폴리스와의 시차를 고려하면 거기는 한창 일할 시간이었기에 ㅡ 반면 나는 한창 자야할 시간이었으나... ㅡ 매니저와 나는 거의 실시간으로 메일을 주고받으며 방 렌트에 필요한 제반 정보들을 교환했다. 아직 비자 발급을 뉘한 DS-2019 서류가 도착하지 않아서 미네소타 대학에서 보내 준 offer letter를 첨부했고, social security number나 미국 자동차 면허증이 없었으므로 여권 번호로 갈음했다.


그리고 새벽 3시경에 입주민을 위한 제반 공지사항 메일이 날아오는 것을 끝으로 숨가빴던 미니애폴리스 방 렌트가 완료되었다. 최종 계약서를 자세히 읽어보니 가스와 전기는 사용한 만큼 내지만 쓰레기 처리비, 수도세, 인터넷 사용료는 임차인이 부담할 필요가 없었다. 자동차를 구매하는 경우 주차장 이용을 위한 추가 비용이 나온단다. 이 정도면 큰 무리 없이 집을 잘 렌트한 것 같다. 전광석화처럼 계약을 마쳐놓으니 이제 진짜 미국에 가는 거구나 실감이 났다.


입주일은 9월 1일. 그래서 미니애폴리스에 8월 말에 도착하면 열흘 정도는 주변의 게스트하우스나 호텔에 묵으면서 이주 준비와 통장 계좌 개설, 핸드폰 계약, 대학 신분증 발급 등등 갖가지 자질구레한 일들을 다 진행해야할 것 같다. 그리고 계약서에 따르면 입주일 전에 꼭 집에 들러서 하자가 있는지, 보수가 필요한 부분이 있는지 확인을 꼭 해야한다고 한다. 입주일 이전에 지적된 부분에 대해서는 회사에서 수리 및 보수를 해주지만, 입주일 이후에는 얄짤없이 임차인의 책임이 되는 것이라고 한다. 하나하나 차질 없이 잘 진행해야 할텐데..


재미있는 것은 내가 살게 될 건물에 아주 작은 레스토랑이 있는데 이름이 Kimchi Tofu House... 알고보니 순두부를 파는 한식당이었다. 신기했다. 아무튼 미국 포닥 생활을 위한 고개 하나를 이제 막 넘었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