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어제 방문했었던 게쎄마니(Gethsemane) 교회에 갔다. 감사성찬례가 10시에 시작인데 25분 정도 일찍 도착해서 자리에 앉아 있었다. 몇몇 사람들이 찬양 연습을 하고 있었고, 시간이 지나자 어린이 복사들이 나와 촛대에 불을 켜고 뒤쪽에 서서 입당을 준비하고 있었다.


시간이 되어 예배가 시작되었다. 이미 보스턴, LA, 샌프란시스코, 리버풀에서 어떠한 형태로든 성공회 예배를 드려본 적이 있었으므로 게쎄마니 교회의 감사성찬례가 내게 크게 어색하거나 어렵지는 않았다. 다만 안양교회에서 드리는 성찬례와는 몇가지 크게 다른 점이 있었는데, 죄의 고백 시간이 개회 기도 뒤에 있지 않고 성만찬 전에 있다는 점, 니케아 신경이나 사도 신경이 아닌 '신앙의 확인(An Affirmation of Faith'를 고백한다는 점, 대도를 여러 신자들이 돌아가면서 진행한다는 점, 그리고 성만찬에 사용하는 빵이 서방 교회에서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면병이 아닌 누룩이 들어간 빵을 사용한다는 점이었다.  '신앙의 확인' 고백의 경우 뉴질랜드 성공회에서 사용하는 기도서 내용과 일치하는 것 같은데 연중 주간에만 해당 기도와 고백을 바치는 것인지 혹은 매 주일마다 그러는 것인지 아직 잘 모르겠다.


무엇보다도 이 곳 성공회 교회에서 가장 익숙해지기 힘든 것 중 하나는 바로 평화의 인사를 나누는 시간이다. 우리 나라의 경우 합장한 상태에서 각자 자리에서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 것에 그치는데 비해 여기는 이 자리 저 자리 돌아다니면서 악수를 하고 포옹을 하는 등 평화의 인사가 조금 더 '격하다'. 나야 오늘 처음 나온 사람인지라 쭈뼛하며 다가오시는 신자들과 인사하고 'peace be with you'라고 말했지만 다음부터는 나도 좀 돌아다녀야 할 것 같다.


성찬례가 끝나고 몇몇 신자들 및 담당 신부님 ㅡ 미국 성공회에서는 재정적으로 독립한 지역 교회의 관할 사제를 rector, 그렇지 않고 교구에서 재정 지원을 받는 지역 교회의 관할 사제를 vicar라고 부른다. ㅡ 과 인사를 할 기회를 가졌다. 소위 미네소타 나이스(Minnesota Nice)라는 말이 있는데, 뭐 진의가 어떻든지간에 모든 신자분들이 친절하게 나를 응접해 주셨다.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신부님으로부터 메일을 받았는데, 답장을 하면서 내 소개를 간단히 집어넣었고 게쎄마니 교회의 주간 소식을 메일로 받아볼 수 있도록 나를 메일링 리스트에 올려주실 것을 요청드렸다.


미네소타 지역에서 꽤 오래된 역사적인 교회임에도 불구하고 시내에 위치해서 그런지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으로 인해 주변에는 주거지보다는 상업 및 교육 시설이 더 즐비한듯 하며 교인 수도 생각보다 별로 없는 것 같다. 오늘 NFL 프리시즌 경기가 미니애폴리스에 새로 지어진 US Bank Stadium에서 진행되는 바람에 ㅡ 거리마다 미네소타 바이킹스(Minnesota Vikings) 유니폼을 입은 사람이 가득했다. 특히 경기장 주변은... 할 말이 없을 수도 였다. ㅡ 사람들이 예배 대신 경기를 보러 그쪽으로 다 가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일단 청년 교인은 한 명도 보이질 않았다. 뭐, 서구권의 교회가 겪는 공통 현상이긴 하지만. 그래도 오래된 교회 건물에서 차분하게 예배를 드릴 수 있는 것은 행운이다. 앞으로 정기적으로 교회를 오가며 미니애폴리스 사람들의 신앙과 사고는 어떠한지, 그리고 미국 성공회가 추구하는 종교적, 사회적 가치는 무엇인지 깊이 알아보아야겠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