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있는 집 대부분의 바닥은 장판으로 되어 있으나 미국에 있는 집은 많은 경우 촘촘한 카펫으로 되어 있다. 이러한 차이는 현격하게 다른 주거 문화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우선 위생 관념의 차이이다. 이를테면 한국에서는 집 밖에서 신발에 묻혀 온 더러운 오염 물질을 가정이 생활하는 공간으로 옮겨오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기 때문에 마루에 발을 들여놓기도 전에 신발을 가지런히 벗어두고 양말 혹은 맨발로 실내에 들어왔다. 그러나 서양에서는 남의 발에 있는 오염 물질이 내 발에 옮겨 오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기 때문에 공동 생활을 하는 공간에서 신발을 벗지 않았고, 집 밖에서 신던 신발을 계속 신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으므로 실내화가 필수적으로 구비되어 있었다. 여기에 난방의 방식 또한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는데 우리 나라의 경우 온돌이라는 독특한 방식이 적용되었으므로 열의 전달을 저해할 수 있는 두꺼운 재료 혹은 열 전도도가 낮은 재료를 피해왔다. 그러나 서양의 난방은 벽난로나 화로 중심이었기 때문에 바닥을 통한 열전달은 애초에 기대할 수도 없는 것이었으며 따라서 발을 따뜻하게 감싸줄 실내화는 주거 생활의 필수 요소로 자리 잡게 되었고 이러한 실내화 중심의 실내 생활을 책임질 수 있는 튼튼한 바닥 재료가 필요했다.


따라서 우리 나라는 전통적으로 기름 먹인 종이를 바닥에 깔아 왔으며, 요즘에는 폴리염화바이닐[poly(vinyl chloride), PVC] 계열의 고분자 수지를 이용해서 만든 장판을 압도적으로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다들 알다시피 비닐 장판이 그리 두꺼운 재료가 아니라서 돌돌 말아서 진열해 놨다가 도배할 때 돌돌 풀어서 손쉽게 깔 수 있는 것이었다. 이들 장판은 여름에는 찹찹하니 시원하고 겨울에는 난방이 되고 있으니 뜨뜻해서 버선, 양말, 혹은 맨발로 그 위를 돌아다녀도 크게 문제가 없다. 그러나 서양의 경우 보다 딱딱하고 두터운 바닥 재료가 발달하게 되었고 나무 마룻바닥, 대리석 등이 바닥 재료로 사용되었지만 역사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어 온 것은 바닥에 융단을 깔아서 실내화 실내 생활을 보전하는 것이었다.


서론이 무척 길었는데, 내가 미니애폴리스에서 살고 있는 집은 두 방식이 절충된 구조이다. 현관에서부터 주방, 거실까지는 비닐 장판으로 되어있고, 침실과 드레스룸은 카펫이 깔려 있다. 카펫으로 된 곳에서 지내는 것은 남아공 집에서 지낸 이후 정말 오랜만의 일이었는데, 이사를 온 뒤 2달동안 이렇다 할 청소를 한 적이 없었다. 큰 불편함도 없었고 딱히 이상 증산이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이랬다가는 집안이 온갖 병원균과 벌레들의 집합소가 될 것 같아서 주초에 아마존(Amazon)을 통해 진공 청소기를 하나 구입했다. 유레카(Eureka)라는 회사에서 나온 작은 진공 청소기인데 그리 비싸지는 않았다. 특이하게도 유선 미니 진공 청소기인데 어차피 카펫이 깔려 있는 집안 면적이 그리 넓지도 않고, 게다가 나는 무선 청소기의 '출력 저하' 문제를 제일 싫어했으므로 최적의 상품이었다.


그렇게 구매한 청소기를 오늘 받아서 저녁에 사용해 봤다. 그리고 나는 청소를 시작한 지 정확히 5초 뒤에 기겁을 했다. 청소기 앞부분에 달려 있던 먼지 주머니에 벌써부터 먼지가 수북히 쌓여있는 것을 봤기 때문이었다. 두려움을 애써 외면하며 청소기로 카펫을 싹싹 밀어댔는데 필터 위에 붙은 먼지는 더욱 많아지기 시작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이사올 때 청소기를 하나 구매해서 진작에 사용할 걸. 다행히 집안에서 장판용 및 카펫용 실내화를 구비해서 쓰고 있었기에 맨발로 이 먼지투성이 카펫 위를 활보하는 일은 거의 없었지만 그럼에도 기분이 참 좋지 않았다.


장판은 매주 한번씩 마른 걸레와 젖은 걸레로 밀어 청소해 오고 있었는데 가능하다면 주말에 한 번, 수요일에 한 번 이렇게 주중에 2번 정도 카펫 청소를 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아무래도 집안 주요 생활 공간은 침실이고, 또 장판 위의 먼지는 걸레로 쉽게 닦아낼 수 있지만 카펫 위에 붙은 먼지는 쉽게 떼어 내기 어렵기 때문에. 아무튼 오늘은 그 많은 먼지들을 다 걷어냈으니 알레르기나 벌레 걱정 안 하고 잠을 청할 수 있겠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